여권발 기업인 가석방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법조계에서도 찬반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법조인들은 특혜성으로 비칠 수 있는 사면·복권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낸 반면, 가석방에 대해서는 절차와 원칙에 따른다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26일 “사면과 가석방은 구별해야 한다”며 “사면은 기업 총수에 대한 특혜나 사법권에 대한 침해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가석방에 대해서는 “제도 취지가 수형생활을 잘하고 남은 형벌 집행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수형자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사위원회에서 행정정책에 맞게 결정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정치권에서는 경제 활성화냐 반기업 정서냐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지만 법적으로 따져볼 것은 한 개인의 신체구속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있다”면서 “잔여 형기나 수형 생활 태도 등에 상관없이 대통령의 결정으로 시행되는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각종 요건을 충족한 사람에 대한 신체구속을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취지에 맞게 실행하면 될 문제”라고 밝혔다.

가석방 제도 취지를 살려 사안에 따라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패키지 형태로 한꺼번에 다 가석방 해주는 것이 아니라 죄질에 따라 분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도 다수였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아무리 역차별 없이 원칙에 따라 실행한다 해도 국민에게는 기업 총수에 대한 또 다른 특혜로 비칠 수 있다”며 “꼭 이 시점에 가석방이 논의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영희 대한변협 수석대변인은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필요해 보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형평과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