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키맨’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의원들의 기업인 가석방 등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면·가석방은 별개사안”… ‘靑소관 아니다’ 재확인

법적요건 갖춘‘행정조치’ ‘역차별 금지’제동 안걸듯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수감 중인 기업인들의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권을 넘어 야권으로까지 확산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26일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적으로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어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법적 요건을 갖춘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행정조치라는 뜻으로, 기업인 가석방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로부터 기업인 사면 및 가석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면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고,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사면과 가석방은 행위 주체가 다른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도 “가석방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청와대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며 기업인 가석방론에 대해 ‘거리 두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특혜를 주는 성격의 사면과 법무부 장관이 법적 요건을 따져 대상자를 정하는 가석방은 엄연히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사면을 할지 말지가 결정됐지만 가석방은 이와 별개로 통상적으로 진행돼 왔다”며 “가석방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업인이든 누구든 법의 특혜를 받아선 안 되지만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청와대가 제동을 걸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가석방이 이뤄지더라도 박 대통령이 사면과 같은 직접적인 정치적 행위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데 청와대 인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안하겠다고 공약했고, 이를 정부 출범 후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에도 포함시켰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법으로 선고를 받았는데 그게 지켜지지 않고 뒤집히는 것이 법치를 바로 세우는 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돈 있으면 (감방에) 들어갔다가도 (금방) 나온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으면 일반 국민들은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었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이었던 2013년 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설 특사를 단행했을 때에도 박 대통령은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