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심의 법적판결에 대해 하급심에 재의 요구하는 격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집행에 불복해 잇달아 소송을 예고하면서 법원의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특히 전직 의원들이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할 예정인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하급심 법원에 무효 소송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23일 “최종 심판을 내린 헌재의 판단을 하급심 법원에서 다시 평가해 달라는 것인데 법 체계상으로 볼 때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법원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재의 결정은 사법 판단 행위인 만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소송 요건이 성립되지 않아 각하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선관위가 전날 의원직 상실을 결정한 통진당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원 6명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헌재가 직접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선관위가 헌재의 판단을 근거로 의원직을 박탈했기 때문에 소송 요건은 성립하더라도 인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은 공직선거법 등을 근거로 들면서 의원직 박탈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법 192조 4항은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 소속 정당의 해산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하는 경우 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에서 예외로 밝힌 해산은 정당이 스스로 해산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선관위는 이를 근거로 비례대표 지방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한 반면 지역구를 갖고 있는 통진당 소속 기초의원 31명에 대해선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판단 대상에서 제외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지역구 기초의원들까지 상실이 결정됐다면 다퉈볼 여지는 있겠지만 선관위가 헌재의 판단을 근거로 집행한 것이기 때문에 인용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