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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민주주의’의 개념 통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김일성 내용 그대로 옮겨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유사한 강령을 가진 정당 설립이 금지된 가운데 향후 유사 강령의 주요 판단 근거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통진당 해산 사건 심리 과정에서 진보적 민주주의와 관련한 문건과 서적을 20개 이상 참고해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식 사회주의 추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3일 헌재에 따르면 진보적 민주주의 의미 파악을 위해 통진당의 ‘강령자료 해설집’ ‘진보적 민주주의 정강정책 해설서’를 비롯해 2007년 민주노동당 정책공약집, 2009년 집권전략 보고서 등 20여 건의 자료를 참고했다.

민족해방(NL)계열 통진당 주요 구성원이 작성한 자료와 함께 과거 당내 노선 투쟁을 벌였던 민중민주(PD) 인사들이 진보적 민주주의와 관련해 썼던 문건 등도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헌재는 자료 분석을 통해 “진보적 민주주의는 강령상 문언에 드러나 있는 내용과 통진당 주도세력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내용은 다르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통진당 주도세력은 우리 사회를 천민적 자본주의 또는 식민지 반(半)자본주의 사회로 보고 대안체제로서 ‘진보적 자본주의’ 체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보적 민주주의가 일반적인 진보적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김일성 등이 주창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왔다는 것이다.

헌재는 통진당 NL계열이 민노당 시절 진보적 민주주의 문구를 강령에 삽입하기 위해 당내 투쟁을 벌였던 과정도 상세히 살펴봤다.

헌재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자주·민주·통일”이라며 “최종적인 강령적 과제는 ‘연방제 통일’을 통한 사회주의 실현”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2000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합의한 ‘6·15 공동선언’에도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말이 등장하지만 통진당이 사용하는 연방제와는 다른 의미라고 헌재는 해석했다.

헌재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주요 내용이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의 유사성에 대해 ‘단편적 또는 부분적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체 정당 설립 시도가 있을 경우 헌재가 결정문에 상세히 밝혀놓은 진보적 민주주의에 관한 내용과 비슷한 강령이 있는지가 핵심적인 판단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