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파장이 날로 커지는 근본 이유는 박근혜정부의 불투명한 인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사 대상자가 막판에 갑작스럽게 바뀌거나, 특정 인사가 교체됐을 때 그 이유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는 ‘불통 인사’ 행태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설, 실세들 간의 권력 암투설 등을 낳은 원인이라는 것이다.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파장이 쉽게 사그라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박근혜정부의 불투명한 인사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비선 실세가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거나 실세들 간에 인사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식의 드라마틱한 얘기들이 더 설득력 있는 것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한 전직 정부 고위 관료는 “정부 고위직 인사 때 인사검증을 거쳤고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다 됐으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얘기까지 들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내가 가기로 돼 있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임명됐다”며 “(청와대로부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막판에 그렇게 됐다’는 얘기만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전직 정부 고위 관료는 “통상적인 인사안을 (청와대로) 올렸는데, 특별한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인사가 지연되거나 거부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국회 국정감사 당시 한국전통문화대학 총장 인사 지연 사유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인사안을) 올렸지만 아직 결재가 안 났다”고 답해 파문을 일으켰던 것과 일맥상통한 증언들이다.

이런 불투명한 인사 행태는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부터 논란이 됐었다. 홍보기획비서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에 출근까지 했던 이종원 씨가 갑작스럽게 교체됐지만, 정확한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상돈(법학) 중앙대 교수는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윤회 씨가 국정에 관여했느니, 농간했느니 그걸 떠나서 이렇게 된 것은 박 대통령이 자신이 2012년 한 해 동안에 수없이 약속했던 그 좋은 공약들을 다 파기해 버리고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한 데 따른 후유증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분이 정치를 제대로 했으면 이런 사람들의 이름이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을 ‘정윤회 게이트’로 명명하고 상설특별검사 또는 국정조사 즉각 실시를 촉구하는 한편, 당내 ‘비선 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정권 말기에 일어날 해괴한 일로 청와대 보안에 구멍이 뚫려 걱정”이라며 “청와대가 나서서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온갖 풍문과 낭설이 시중에 나돌고 있어서 굉장히 걱정”이라며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고 신속히 매듭지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남석·윤정아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