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이 고강도의 발언을 통해 내놓은 인식과 메시지는 3가지로 요약된다.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것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국기문란 행위이자 바로잡아야 할 적폐이고, 악의적인 중상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으며 해당 문건의 내용을 사실인 양 의혹을 부풀리는 것은 근거 없이 나라를 흔드는 일이라는 인식이다.

박 대통령은 우선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검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누가 어떤 의도로 청와대 내부 문건을 유출해 국정 혼란을 야기시켰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각 수석들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지시했다.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등을 검찰에 고발한 청와대 참모진들의 검찰 출두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사건’ ‘실세들 간의 권력 암투 사건’이 아니라 ‘근거 없는 낭설을 모아놓은 청와대 문건의 불법 유출 사건’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여기에는 검찰 수사를 통해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이나 실세들 간의 권력 암투설 등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입증될 것이라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조금만 확인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걸 관련자에게 확인도 안 하고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같이 몰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면서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 것도 이와 통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청와대 내 권력암투설을 비롯한 근거 없고 악의적인 소문들이 난무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번 기회에 검찰 수사를 통해 확실하게 의혹을 털고 가겠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해 온 대통령이야말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걸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박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박 대통령이 ‘악의적인 중상’에 대한 문책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문건 유출 사건 자체가 여권 내부의 알력다툼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이를 악용한 세력을 밝혀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