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이 청와대 내 권력투쟁 기류 등과 맞물려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가운데, 유출된 문건이 청와대 비서실에서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그 ‘질’이 형편없이 낮아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1월 28일 문건이 처음 공개되자마자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만든 문건임은 인정하면서도 시중의 증권가 정보지인 소위 ‘찌라시’를 짜깁기한 수준이라고 말했었다. 문건의 신빙성에 대해 ‘만에 하나’ 가능성을 열어뒀던 새누리당에서도 주말을 지나며 “루머 수준의 문건”(김무성 대표)으로 정리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찌라시를 단순 종합했다고 판단하면서도 문건에 등장한 인물들에게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를 버젓이 ‘공공기록물’로 분류해왔다는 점이다. 문건의 사실 여부를 떠나 청와대의 문건 처리 방식과 그 수준이 대단히 낮다는 것을 반영하는 사건인 셈이다.

정윤회 씨와도 함께 활동했었고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과도 친분이 두터운 한 새누리당 의원은 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정호성·안봉근 부속비서관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정 씨의 이름은 ‘정’ 자도 거론된 적이 없다”며 “언론에 공개된 문건의 내용은 황당한 수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건에서 ‘십상시’로 거론된 청와대 안팎의 인사들도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씨의 얼굴도 모른다”, “내가 밥 먹었다고 나온 그 식당은 어딘지도 모른다”며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

실제 문건 작성은 거론된 당사자들을 한 명도 만나지 않고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의 상당수 내용은 실제 올해 초부터 여의도와 청와대 주변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형태로 나돌던 소문과 같은 내용이기도 하다. 정 씨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 비서실장을 그만둔 뒤 3인 비서관과는 연락도 없었고 박 대통령과 전화 한 번 한 게 전부다”고 억울해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