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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반독점법을 내세워 자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펼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시장 내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외국 기업에 밀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자국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중국의 이런 보호주의 정책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중국 정부는 외국의 유명 분유기업 6개사에 대해 사상 최대의 반독점 과징금을 부과했다. 중국 내 먹거리 불안감으로 자국 분유보다 외국 분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분유업체의 위법사항을 적발하자 이를 계기로 과징금 부과를 통한 대대적인 ‘외국 기업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당시 기업별로 미국계 미드존슨에 2억3080만 위안(약 402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으며 프랑스 다농에 1억7200만 위안, 미국 애보트에 7000만 위안의 과징금이 각각 부과됐다. 또 외국 기업만 불이익을 받았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같은 중화권인 홍콩 바이오스타임에도 1억6290만 위안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분유업체에 대한 이 같은 대대적인 과징금 부과 사태는 뉴질랜드 최대 유제품 업체 폰테라 그룹이 생산한 분유 원료에서 신경독소 박테리아(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균)가 검출되면서 시작됐지만, 정작 폰테라에는 400만 위안의 벌금에 그치고 ‘반독점법’ 위반 조사 대상이 된 엉뚱한 대형 외국계 분유업체들로 불똥이 튄 것이다. 코트라 측은 “외국계 기업의 분유시장 독식 및 가격 담합에 대한 중국 정부 차원의 제재이자 지난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중국 정부가 시행해 온 식품 안전에 대한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며 “특히 관련 업계에서는 저품질 중국산으로 인해 외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의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의 반독점법 시행은 자국 기업의 발전과 공정 경쟁 촉진을 명분으로 지난해 액정표시장치(LCD), 분유, 황금, 백주(白酒) 등의 품목에서, 올해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 품목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수입차 업체들이 중국 당국의 반독점법 철퇴를 맞았다.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의 중국 합작법인이 지난달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2억4858만 위안의 벌금을 맞은 것이다. 이 법인의 아우디판매사업부는 2012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완성차 및 수리서비스 가격을 통제한 혐의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또 아우디는 중국에서 판매가격을 통제하거나 지배적 시장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추가로 3000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실상 이 같은 중국 당국의 제재도 높아지고 있는 수입차 점유율을 역전시키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국산 자동차 브랜드 점유율은 2009년 44.3%에서 2014년 2분기 37.8%까지 내려갔지만 수입차 업체는 점유율이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이 반독점법 적용을 외국 기업 쪽에 더 폭넓게 적용하는 측면이 있어 일체의 가격동맹이나 생산량 제한 같은 조치를 금지하는 등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