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 이후 대부분의 제작자들이 노리는 것은 ‘포스트 별그대’다. 하지만 확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 시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중국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공산국가인 중국 시장의 가장 큰 적은 ‘규제’다.

중국 국영 방송인 CCTV를 비롯해 지상파에서는 외국 드라마가 방송되지 못하고 있다. 규정이 까다로워 이를 통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별에서 온 그대’는 외계인이라는 미확인 존재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미신을 조장할 수 있어 심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온라인 동영상 업체를 통한 노출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이마저 규제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해당 업체에서 노출되는 동영상 중 수입 콘텐츠의 비율은 30%를 넘을 수 없고, 사전에 허가받지 않으면 그나마 방송이 금지된다. 게다가 정부가 어떤 이유를 대며 반려 처리할지 알 수 없다.

이는 민간 차원에서 도저히 풀 수 없는 숙제다. 현재까지 중국 내 한류를 대부분 민간이 주도해 왔지만 더 이상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핑크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 정부 역시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 방한 직후 미래창조과학부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과 업무 협조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리고 첫삽으로 KBS와 MBC가 중국 CCTV와 손잡고 각각 다큐멘터리 ‘임진왜란’과 ‘기후의 반란’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다큐멘터리는 대중의 주목도가 낮고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측면에서 ‘낮은 단계의 합작’이라 할 수 있다. 한·중 합작물이 중국 시장에서 유통되고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선례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중국 측과 긴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래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중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민석 수석은 “한국과 중국이 건실한 업체 한 곳씩 선정해 공동 제작물을 만드는 합작 모델을 구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