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뿐만 아니라 중국 언론과 소비자들도 자국 기업을 키우기 위해 경쟁사인 외국 기업에 타격을 주는 ‘중국식 내셔널리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언론이 문제 제기를 하면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고, 중국 정부가 제재를 가하는 식이다.

지난해 중국 관영방송인 CCTV는 애플을 ‘올해의 나쁜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후 중국 언론들은 애플의 부실한 애프터서비스를 집중 부각했다. 언론들이 일제히 애플을 ‘집중 타격’하자 중국 정부도 애플의 소비자 권리침해 행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는 등 제재를 가했다. 결국 팀 쿡 최고경영자는 애플의 중국어 홈페이지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중국 언론에 한번 ‘찍힌’ 애플은 올해에도 중국 시장에서 애를 먹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정부 구매 리스트에서 애플 제품을 빼버렸다며 중국 정부 차원에서 애플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은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해명했지만, 중국 소비자들에게 애플의 이미지는 구겨질 대로 구겨진 뒤였다.

지난 7월에는 CCTV가 아이폰의 위치정보 서비스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 또다시 애플 때리기에 나섰다. 이를 이유로 중국 정부가 애플 아이폰의 중국 내 판매 허가를 내주지 않으며 애플의 속을 태우다가 최근에야 허가를 내줬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금호타이어가 이 같은 피해를 본 대표적인 기업이다. 지난 2011년 금호타이어 톈진(天津)공장에서 타이어 제작 시 고무 사용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CCTV 보도가 발단이 됐다. 급기야 현지 지사장이 방송에 나와 진행자들과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면서 공개사과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문제는 이 같은 언론 보도로 발생한 소비자 불만의 틈을 비집고 중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보면서 크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미국의 컴퓨터제조사인 HP가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하자 언론들이 일제히 이를 보도해 HP의 중국 내 점유율이 9%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그리고 경쟁업체인 레노버가 반사이익을 누렸다.

조철 산업연구원(KIET) 기계·전자산업팀장은 “같은 규제라도 외국 기업에는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은밀히 지원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민주화 등의 이유로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규제를 가하는 우리나라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