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육성을 위해 대대적인 지원책을 펼치면서 경쟁관계에 있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반독점법 등을 내세워 압박을 가하는 등 중국경제의 ‘내셔널리즘(민족주의)’ 경향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회 국정감사에 기업 관계자들을 대거 불러 ‘기업 망신주기’에 나서거나,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대기업 때리기’ 행태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어 큰 대비가 되고 있다.

8일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보급 응용업무 관련 통지’에는 순수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연료전지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공무용 차량 및 대중교통 등에서 이용하는 자동차 중 전기자동차의 비율이 30% 이상 되도록 목표를 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자국 내에서 신재생에너지 차량 생산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정책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올 1∼7월 신에너지 자동차 누적 생산량은 2만5946대로 전년 대비 280%나 폭증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내년까지 정보기술(IT) 부문에서 매출액 1000억 위안(약 17조 원) 이상 대기업 5∼8개를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전폭적인 기업지원을 펼치고 있다. 또 디스플레이 자급률을 내년 80%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 각종 보조금 지원, 저리 대출로 기업을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수입관세를 3%에서 5%로 올려 자국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1980년대 이후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막대한 투자를 하며 중국 고도 성장의 밑거름이 됐지만 이제는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육성에 밀려 ‘토사구팽’ 신세로 전락했다. 중국은 최근 주요 수입차 업체들의 차량 및 서비스 가격을 전방위로 조사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수억 위안의 벌금을 물리며 견제하고 있다. 또 이 같은 반독점법 위반 조사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IT, 분유 등의 소비재로 확산되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