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거침없는 인수·합병(M&A)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에너지 자원과 정보기술(IT) 등의 투자에 잇달아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중국의 PC 제조사인 레노버가 IBM의 PC사업 인수(2005년) 이후 저가 서버사업 추가 인수 승인 건을 미루다 승인했다. 이미 미국 정유업체(2005년), 통신벤처기업(2011년), 풍력발전사업(2012년) 등을 국가안보를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7일 미국과 중국 등 현지 언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레노버가 IBM 저가서버 ‘x86’ 사업을 인수하게 됐다. 미국 대외투자위원회(CFIUS)가 레노버의 서버 사업 인수가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승인을 주저했기 때문이다. CFIUS는 미국 재무부, 상무부, 통상대표부(USTR), 국방부 대표로 구성된 기구다.

미국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중국의 사이버 공격 위협이다. 중국은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 공격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다. 이미 미국 공군은 IBM이 PC사업 부문을 레노버에 넘기자 공급받은 레노버 PC를 모두 반품했다.

CFIUS는 지난 2012년 외국 기업들이 제안한 총 114건의 거래 가운데 오리건주에서 풍력사업을 하겠다는 중국 랄스사의 투자 건만 유일하게 거부했다.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랄스사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칠 위험에 관한 증거가 있다며 해당 사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사업에 제동을 건 것은 조지 H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1990년 중국 업체의 미국 자동차 관련 업체 인수 금지조치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었다.

미국은 2005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생산량 기준 미국 14위 정유업체 유노컬(UNOCAL) 인수도 에너지 안보를 내세워 철회했고, 중국의 통신장비회사 화웨이가 2011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통신벤처기업 3리프(3leaf)를 인수하려 했을 때도 승인을 거부했다.

중국 관련 한 전문가는 “중국 정부 역시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국산 시스코나 애플 제품에 같은 제재를 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