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승객 구호의무를 저버린 채 퇴선한 선장과 선원들에 대해 담당 재판부가 살인죄를 인정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임정엽)는 6일 이준석(68) 선장 등 선원 15명에 대한 21차 공판을 진행했고, 오는 21일 결심 공판에 이어 11월 중순쯤 1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검찰이 지난 5월 기소 당시 살인죄를 적용한 선원들은 이 선장을 포함해 1등 항해사 강모(42) 씨, 2등 항해사 김모(46) 씨, 기관장 박모(53) 씨 등 4명이다. 검찰은 승객 구조에 책임이 있는 선원들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승객들이 사망할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했기 때문에 ‘부작위에 의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에서 살인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승객들 개개인을 방치했다는 미필적 고의성이 명확하게 입증돼야 한다.

이와 관련, 재판부가 최근 공판에서 검찰에 “살인의 고의 등 발생시점을 구체화해 달라”고 요청한 점이 주목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인 살인죄 적용을 놓고 재판부가 숙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은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 1일 살인의 고의 발생 시점과 관련, 공소장에 “피고인들이 세월호에서 퇴선하기로 마음먹은 시점에 ‘승객 등이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 나부터 살고보자’며 사망의 결과를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또 이들이 주변 상선과 진도VTS로부터 ‘승객 등을 탈출시키라’는 교신을 받았음에도 승객 등에 대한 퇴선명령을 하지 않아 결국 승객 등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전적 인식이 있었던 상황이라는 점 등을 기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심리과정에서 나온 내용을 보충하라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 선장 등에게 적용한 살인 혐의에 대한 심증이 완전히 형성돼 공소장을 바꾸라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물에 빠진 개별 승객들이 선장과 선원들의 미필적 고의에 의해 사망했다는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얼마나 입증됐는지에 살인죄 적용 여부가 달려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살인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단을 할 경우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이 선장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위반과 유기치사상 혐의를, 나머지 3명에게는 유기치사상·수난구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3등 항해사와 조타수는 특가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혐의로, 나머지 선원 9명은 유기치사상과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이 선장 등 4명에게 적용 가능한 최고형은 사형, 3등 항해사와 조타수에게는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나머지 선원 9명 역시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적용될 수 있다.

사고 당시 이 선장을 중심으로 1∼3등 항해사와 조타수는 조타실에서, 기관장·기관수·조기장·조기수는 기관실에 있다가 ‘일사불란’하게 탈출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광주=정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