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완승을 안겨 주었던 충청권이 채 두 달도 안된 이번 7·30 재·보궐선거에선 여당인 새누리당에 싹쓸이 승리를 안겨줌으로써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중원의 ‘체크 앤드 밸런스(check and balances)’ 표심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는 특히 역대 대선 때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중원의 표심이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서 절묘한 견제와 균형을 선택한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중원의 표심은 정치권 어느 한쪽의 쏠림현상을 용납하지 않고 중요한 때마다 복원력을 회복하는‘평형수’임을 입증한 셈이다.

대전·충청권은 올해 2라운드 격인 이번 재·보선에선 새누리당에 완승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 대덕, 충북 충주, 충남 서산·태안 등 충청 지역 3곳을 석권한 것이다. 3곳 모두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여당 지역이긴 하지만, 잇따른 인사참사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 등 악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집권여당의 지역현안 해결 약속에 대한 기대와 야권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견제심리가 ‘표심’에 녹아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새정치연합은 선거 막판에 대전 대덕과 충남 서산·태안에서 내심 역전극을 기대했으나 두 곳 모두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패했다.

앞서 제1라운드 격인 6·4 지방선거에선 새정치연합이 중원을 먼저 제패했다. 당시 새정치연합은 충남·북지사, 대전시장, 세종시장 등 충청권 4개 광역자치단체장을 석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던 충청의 표심이 세월호 참사 이후 여권 견제심리가 작동한 결과였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인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을 모조리 차지한 지 8년 만에 거꾸로 전패를 당한 아픔이 컸기에 이번 선거에서 설욕을 별러왔다.

이번 선거 결과로 충청권 여야 힘의 균형은 6·4 지방선거 이전인 새누리당 15석, 새정치연합 10석(대전 6석·충남 10석·충북 8석·세종 1석)으로 다시 돌아갔다. 애초에 충청권 재·보선 지역 3곳 모두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었고, 이번 선거를 통해 새누리당이 모두 다시 찾아온 셈이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