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의 승리는 지역구도로 나눠진 현대 정치사의 큰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다. 이 의원 주변에선 이번 ‘선거 혁명’은 18대 국회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이후 6, 7년간 꾸준히 보여온 호남에 대한 애정과 성실성이 만든 결실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당선인의 개인기가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선거기간 내내 새누리당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고 자전거를 타고 순천과 곡성 곳곳을 도는 나홀로 선거운동을 했다. 당선이 확정된 31일 오전에도 이 의원은 서울로 올라오지 않고 지역에서 자전거를 이용해 당선 사례를 했다.

이 의원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깨부수기 위해 호남의 문을 두드린 것은 국회 의원 도전만 이번이 세 번째다. 17대 총선 때 광주 서을에 도전해 불과 1.04%의 득표를 했다.

하지만 19대 총선 때도 광주에 출마, 39.7%라는 의미있는 패배를 했고, 이번엔 51.0% 투표율에 49.4%라는 득표율로 대성공을 이룬 것이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영남을 기반한 보수당 후보가 전남에서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에 몸담았던 한 고위공무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4년 내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호남 예산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며 “이명박정부 당시 예산실장이었던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이 수시로 이 의원에게 불려가 호남 민원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당시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엔 순천시 공무원이 전용으로 앉을 수 있는 책상이 마련돼 있었다. 예산철엔 이 의원과 보좌관들이 수시로 공무원과 숙의하는 모습도 종종 외부 관계자의 눈에 띄기도 했다. “호남 공무원들이 민원을 해결할 땐 야당 의원들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이정현을 찾아간다”는 말도 돌았다.

18대 국회에서 예산이 확보된 곡성 깻잎특화작물사업, 광주 김치연구소사업 등은 모두 이 의원이 만든 산물로 알려져 있다. 곡성군과 광주시에선 감사의 선물로 깻잎과 김치를 대량으로 이 의원 사무실로 보내 의원실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이 의원은 호남홀대론이 나올 때마다 “간이나 콩팥이 아프면 간과 콩팥만 아픈 것이 아니라 온몸이 아프다. 호남이 아프면 호남만 아픈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아프다”는 말로 여당 내 야당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