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선거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야당의 역학관계는 새로운 구도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관계는 기존의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구도 전환이 모색되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청와대의 관계는 야당의 전격적인 지도부 교체로 강경파가 득세할 경우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전망이다.

우선 여당인 새누리당이 압승하면서 과반 의석을 여유 있게 확보한 점은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거는 데 청신호다. 2기 내각을 막 출범시킨 박근혜정부는 세월호 참사 여파와 잇따른 인사 실패의 수렁에서 벗어나 향후 경제 살리기를 비롯한 국정운영에 동력을 얻게 됐다. 집권 여당의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으면서 ‘관피아 척결’ ‘비정상의 정상화’ 등 박 대통령이 밝힌 국가혁신 작업 및 강한 경기부양 정책에도 모멘텀을 얻을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정치적 성격도 있었기 때문에 취임 이후 최저 국정 지지율을 기록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확인하고 한숨 돌리게 됐다. 박 대통령이 2기 내각 출범과 함께 경제 활성화에 ‘올인’하는 시기에 맞춰 새누리당이 내건 ‘경제 살리기’가 새정치연합의 ‘세월호 심판론’보다 힘을 얻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당·청관계에서는 지금까지 청와대와 수직적인 관계로 운신의 폭이 좁았던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독자 목소리를 내는 등 보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한 번만 도와 달라”고 했던 적극적인 ‘박근혜 마케팅’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박근혜 없는 선거’ 전략을 구사했다. 또 김무성 대표체제 출범과 함께 박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일정 정도 벗어나 거둔 승리라는 의미도 있다. 연장선상에서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온 김 대표가 이번 선거승리를 바탕으로 당·청관계에서 강한 그립을 쥐려 할 경우 청와대와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

야당과의 관계 설정은 더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이번 재·보선 참패로 새정치연합에서 온건파로 평가받아온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지도체제가 물러나고 향후 강경 성향의 지도부가 득세할 경우다. 새정치연합의 강경파가 청와대와 보다 더 강한 대립각을 세우는 스탠스를 취할 경우 대화의 물꼬가 막 트인 청와대와 야당의 관계는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