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후보로 18년 만에 호남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깨고 당선된 이정현 의원의 남 다른 인생역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광주 살레시오고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이 의원은 지난 1984년 구용상 전 의원의 총선 출마를 도우면서 국회 비서관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정당 간사 ‘병급’에 특채되면서 호남 출신의 비주류 당료로 정당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특유의 인화력과 성실함으로 기획과 홍보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전략기획팀장과 미디어기획단장, 정책기획팀장을 거쳤다.

이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광주 서구을 지역에 출마했다. 당시는 지역주의에 더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열풍으로 한나라당에선 호남에 후보를 내기조차 힘들 때였다. 당시 선거에서 이 의원은 단 720표(1.03%) 만을 얻어 5위에 그쳤다. 이어 낙선자 위로연에서 그는 당의 ‘호남 전략 부재’를 하소연했고, 이를 눈여겨본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상근 부대변인에 임명했다. 이것이 박 대통령과의 첫 인연이다. 이어 이 의원은 수석부대변인이 되면서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이 의원은 18대 총선 때 비례대표 22번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돼 처음 배지를 달았다. 국회에 들어온 후에도 그는 호남을 잊지 않았다.

18대 국회 4년 동안 이 의원은 예산결산위원을 4번 역임했고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위원 2번을 거치면서 예산안의 통과가 불확실했던 호남고속철도 관련 예산을 끝까지 지켰고, 출마지였던 광주뿐만 아니라 호남의 각종 숙원사업을 꼼꼼히 챙겨 ‘호남 예산지킴이’란 별명도 얻게 됐다.

예산 확보 등 호남에 대한 진정성을 토대로 이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다시 새누리당 후보로 광주 광산을 지역에 도전했고 여론조사상에선 줄곧 우위를 유지했지만, 끝내 지역주의의 벽을 넘지 못하고 2위(39.70%)로 낙선했다. 선거 결과에선 졌지만 이 의원이 보여준 득표력은 기존 새누리당 후보 중에는 전례가 없던 것으로, 당내 대표적인 ‘호남 정치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공보단장을 맡아 활동하면서 ‘박근혜의 입’ 혹은 ‘박근혜의 복심’으로 활동했고,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정무수석을 거쳐 홍보수석으로 활동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 내 파워게임 속에서 홍보수석직에서 물러났지만, 이번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마침내 당선을 일궈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