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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브라질-독일 간의 4강전에서 브라질 시민들은 ‘마라카낭의 비극’보다 잔인한 ‘미네이랑의 비극’을 경험해야 했다.

경기 전 국가를 부를 때만 해도 브라질 선수들과 관중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네이마르(22·FC바르셀로나)를 위해 선수들은 경기장에 그의 유니폼을 가지고 나와 결의를 다졌고, 관중들은 그의 가면을 쓴 채 대표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골을 잇따라 허용하자 브라질 선수들은 당혹감에 얼굴을 들지 못했고 브라질 팬들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기 위해 가면을 벗어야 했다. 전반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스탠드 곳곳에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관중을 볼 수 있었다.

경기장 밖에선 시민들이 브라질 국기를 태우거나 씹어 먹으며 패배에 대한 분노를 표시했다. 해설자로 나선 브라질의 전 축구선수 호나우두는 자신의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득점 기록이 독일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에게 깨지는 순간을 지켜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브라질의 전 대표선수였던 주닝요는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큰 상처를 입었고 선수 중 몇몇은 앞으로 영원히 대표팀에 재발탁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50 브라질월드컵에서의 ‘마라카낭의 비극’ 사건과 비교해 ‘미네이랑의 비극’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당시 브라질은 우루과이와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지만 후반 역전골을 얻어맞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경기장에서만 4명이 사망했고 브라질 전역에서 폭동이 일어나는 등 국가 전체가 혼돈에 빠졌다. 이후 브라질 축구팀은 유니폼을 현재의 노란색으로 전면 교체했고 당시 경기에 뛰었던 선수들 대부분은 축구계에서 추방되다시피 했다.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은 “내 축구 경력에서 가장 나쁜 순간, 축구 인생의 최악의 날”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반면 독일은 축제 분위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도 베를린의 거리 곳곳은 승리를 만끽하기 위해 몰려나온 시민들로 가득 찼다.

독일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 미국 대표팀 감독은 트위터로 “믿을 수 없는 경기”라고, 올리버 칸 전 대표팀 골키퍼는 “아마추어와 고수가 컴퓨터 게임으로 해도 나오기 힘든 결과”라고 평가했다.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은 “이걸 믿을 수 있나요? 전 못 믿겠어요”라며 기뻐했다. 벨기에의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21·첼시)는 경기를 보다 충격을 받은 자신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는 “벨루오리존치의 기적은 이미 전설”이라며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상관없다! 독일이 우승후보”라는 제목을 실어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