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브라질 축구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건 독일의 골잡이 듀오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와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였다.

뮐러는 9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전반 11분 선제골을 넣었다. 클로제는 12분 뒤 2-0으로 달아나는 추가골을 터트렸고, 뮐러와 클로제의 연속골로 주도권을 잡은 독일은 역대 월드컵 4강전 최다점수차(6점)의 압승을 거뒀다.

뮐러는 이번 대회 5골로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23·AS 모나코)에 이어 득점 2위가 됐다. 로드리게스(2도움)가 8강전에서 탈락했기에 뮐러(3도움)가 결승전에서 골을 추가한다면 득점 레이스에서 ‘역전승’을 거두게 된다. 뮐러는 1골을 보태면 로드리게스를 ‘추월’한다. 규정상 ‘골든부트’는 동률일 경우 어시스트가 많은 선수에게 돌아간다. 뮐러는 또 2010 남아공월드컵 득점왕(당시 5골)이었기에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득점왕 2연패에도 도전한다. 클로제는 월드컵 개인 통산 16골로 은퇴한 호나우두(브라질·15골)를 제치고 이 부문 1위가 됐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5골, 2006 독일대회에서 5골, 남아공대회에서 4골, 그리고 브라질대회에서 2골을 넣었다.

뮐러와 클로제는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뮐러(186㎝)는 미드필더형 골잡이. 스피드와 개인기는 돋보이지 않지만 공간을 파고드는 센스, 동료의 득점을 뒷받침하는 어시스트 능력이 탁월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어시스트 부문 3위를 달리고 있다. 뮐러는 자주 위치를 바꾸면서 상대 수비수를 끌고 다녀 동료에게 슛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클로제는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스스로 슛 기회를 만들기 보다는 동료의 패스를 받아 골로 연결하는 동물적인 감각을 지녔다. 게다가 헤딩 능력이 탁월하다. 2002 대회 때는 헤딩으로 5골을 터트려 ‘헤딩머신’이란 닉네임을 얻었다. 이번 대회까지 포함해 머리로 7골, 발로 9골을 넣었다. 182㎝로 큰 편은 아니지만 위치선정과 체공력, 그리고 판단력이 뛰어나 공중전에 강하다. 요아힘 뢰브(54) 감독은 상반된 스타일의 골잡이 듀오를 나란히 출장시켜 브라질 수비진을 흔들었고 독일을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한편 클로제는 4차례의 월드컵 본선에서 개인 통산 23경기에 출전, 로타어 마테우스(독일·25게임)에 이어 역대 최다 출전 공동 2위가 됐다.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