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이 지난 2012년 발생한 해상작업용 부선인 ‘석정36호’ 침몰 사고의 교훈을 무시했다가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더 큰 인명 피해를 낳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또 석정36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수색구조상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대외적으로 숨겨온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15일 문화일보가 단독 입수한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의 ‘석정36호 실종자 수중수색 결과 및 개선 사항 보고서’ 등에 따르면 해경은 지난 2012년 12월 14일 울산 신항 방파제 인근에서 석정36호가 침몰하자 70여 명의 특공대와 구조대를 포함한 559명의 인력을 동원해 18일간 수색을 벌였으나 바다에 빠진 승선원과 해상근로자 24명 가운데 12명만 구조했으며 나머지 12명은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 보고서는 향후 유사 사고 발생시 대응력 제고 차원에서 만들어진 4쪽 분량으로 사고 당시 수색구조상의 문제점으로 선박에 대한 정확한 정보 입수 지연, 선박 유형별 사전 지식 축적 부족, 다이빙 교육 및 경험 부족 등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개선 방안으로 사고 선박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특수구조단·특공대·122구조대 등에 대한 지속적인 훈련 강화, 주기적인 선박 유형별 사전 지식 축적과 신속한 대응 체제 유지 등을 제시했다. 또 보완할 점으로 각 지방청별 전지훈련 시 침몰선박 위치 해역을 선정한 후 효율적인 수중수색 훈련 집중 실시, 침몰 선박 격실 탐색장비 및 통로 개척 장비 보강, 각 구조대별 선박에 익숙해지기 위한 훈련 강화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 드러난 해경 수색구조상의 문제점들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에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해경이 보고서에 나온 문제점들을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개선하지 않은 것이다..

해경은 또 이 보고서의 내용을 최근 발간한 400쪽 분량의 ‘2013년 해경 백서’에 수록하지 않아 고의로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해경은 이와 함께 백서에서 7명의 사망자와 4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유조선 두리3호 폭발사고, 코리아나호 침수사고 등 2013년에 발생한 주요 해상사고와 관련한 수색구조상의 문제점과 개선사항 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년부터 발간하는 백서에는 해상사고 수색구조상 드러난 문제점과 개선 사항 등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 이상원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