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총체적 부실 대응으로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김석균 해경청장이 사고 전날까지도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여객선 안전사고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 청장은 세월호 사고 발생 전날인 지난 4월 15일 국회에서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여객선 안전사고 우려와 관련, 반복 점검 및 안전관리 전담경찰관 제도를 실시하는 등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강화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면 김 청장은 해양사고 안전관리 대책과 관련해 “최근 여객선과 유·도선 이용객이 증가하고 잦은 안개로 인한 사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따라 다중이용 선박과 화물선의 항로를 중심으로 경비함정 순찰 등 사고 예방활동을 실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청장은 “안전관리 전담경찰관 제도를 여객선과 유·도선에까지 확대해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있다”며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국회의원들에게 강조했다. 또 “다중이용시설을 반복 점검하는 한편, 방송과 전광판을 활용해 해양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청장이 이처럼 자신하던 것과는 달리 실제 현장에선 해경의 안전사고 대책들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실제로 김 청장의 발언이 있었던 바로 다음날인 지난 4월 16일 세월호는 안개가 짙어 결항이 속출함에도 전혀 해경의 제지를 받지 않은 채 과적 상태로 출항했고 끝내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안전점검도 앞서 언급한 것과는 다르게 부실 투성이었다.

실제로 목포해양경찰서는 지난해 7월 중순, 여객선 12척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는데, 총 소요 시간이 160분밖에 되지 않았다. 1척을 점검하는 데 고작 13분가량을 할애한 셈인데 당시 점검 인원 역시 목포해양경찰서 해상안전과장과 해양수산부 담당 사무관 등 4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들은 안전점검 실시 후 모두 ‘특이점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이와 관련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여객선 사고가 급증하고 피해 인원도 늘면서 이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해경은 그때마다 관련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을 뿐 실제 현장에서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