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선박 관리와 여객선 운항 개선을 논의하는 위원회를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회의 한 번 열지 않아 선박 및 여객선 운항 관리에 무신경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뒤늦게 선박 관리 및 안전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미 수백 명의 어린 생명들은 차디찬 바닷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됐다.

15일 해수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해수부 소관 24개 정부위원회 가운데 11개 위원회가 단 한 차례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에는 연안 여객선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여객선고객만족도 평가위원회’도 포함돼 있고, 선박관리를 점검하고 관련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선박관리산업정책위원회’도 있다.

여객선고객만족도 평가위원회는 해운법 제9조에 의거해 설치된 것으로, 지난 2012년에 두 차례 회의가 열렸으나 지난해에는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올해의 경우 지난 1월 13일 위원회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한일고속과 신한해운, 청룡해운관광 등 3개 해운사가 종합 우수 선사로 선정됐고, 돌핀해운·안좌농협·정우해운·통영연화욕지·세종해운 등 5개 선사는 부진한 선사로 뽑혔다.

세월호와 오하마나호도 당시 조사대상이었는데, 중위권의 성적을 받았고 청해진해운이 운항했던 데모크라시5와 오가고호도 쾌속선 분야에서 중위권에 랭크됐다. 침몰된 세월호가 중위권 성적을 받았다는 점에서 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청해진해운보다 열악한 것으로 나타난 5개 선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박관리산업정책위원회는 지난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선박관리산업은 선주를 대신해 선원 교육 등 선원 관리와 선박 수리는 물론, 보험 관리까지 선박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대행해 주는 해양산업이다. 선박 소유와 관리를 분리하는 세계 추세에 따라 지난 2012년 선박관리산업발전법이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정부가 위원회를 열어 선박관리산업에 대한 육성정책과 함께 선박관리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 봤다면 세월호와 같은 대형사고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뒤늦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훌륭한 제도와 법이 있음에도 정부부터 이를 제대로 점검하거나 관리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양산업과 법령 전반에 대한 재구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