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무인기의 국적뿐만 아니라 기술력과 관련해서도 폭넓은 조사를 진행했다. 북한 무인기의 기술력이 향후 군 당국의 대응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북한 무인기의 기술 수준은 초보적인 단계로 평가됐다. 하지만 북한은 최소 비용으로 남측 방공망을 무력화시킨다는 최대 효과를 노린 군사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당국과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8일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기 파주와 인천 백령도 및 강원 삼척 등지에서 발견된 북한의 무인기는 시속 90㎞의 속도로 3∼4시간 비행할 수는 있으나 실시간 데이터 전송 기술 등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비행항법 수준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국내의 비행항공 분야를 전공으로 하는 대학의 학부생들도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 무인항공기(UAV)체계개발단장은 “순수하게 기술력 수준으로 보면 3대의 무인기는 한국 무인기에 비해 약 10년 정도 뒤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11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공개됐던 무인기의 외부 상태만 봐도 기술력 수준을 알 수 있었다.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전방 부분에는 투명테이프가 여러 겹으로 붙어 있었는데, 전문가들은 무인기가 시험비행 중 여러 차례 외부의 충격을 받은 흔적을 보완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 체계개발단장은 “어느 연구자라도 이 정도 수준의 무인기를 바로 실전용으로 사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수차례 시험비행을 하며 외부 충격으로 망가진 부분을 투명테이프로 접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전문가들은 무인기의 기술력과 실전에서의 응용력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무인기의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실전에서 약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대영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북한 무인기의 기술이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해도 발전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테러용으로 응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이번에 발견된 3대의 무인기는 모두 한국군의 레이더망에 띄지 않은 소형으로, 북한이 보유한 다른 종류의 대형 무인기의 수준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