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규제를 ‘암덩어리’에 비유하며 규제 혁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규제들이 산업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련부처는 자동차의 생산단계는 물론 폐차에 이르기까지 각종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지난 2007년 도입한 ‘신차 실내 공기 질’ 기준을 지난해 대폭 강화하고 규제 물질도 6개에서 7개로 늘렸다. 전 세계에서 신차의 실내 공기에 대한 규제를 두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외국 기업들은 스스로 기준을 정해 자율적으로 공기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강화된 정부 규제를 충족시키려면 친환경 소재를 많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차량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면서 “최근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의 가격이 상승한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지난 2008년 도입한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 순환에 관한 법률’ 역시 업계를 짓누르고 있는 대표적인 규제다. 자동차 제조업체, 폐차업자 등은 관련법률에 따라 현재 전체 중량의 85% 수준인 폐차 재활용률을 오는 2015년 9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 기준을 참고했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지만 기술력이나 경쟁력 면에서 유럽 자동차업체들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국내 자동차업체들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산업조사팀장은 “방향성은 옳지만 국가별 상황에 맞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무조건 선진국의 기준을 따르는 건 오히려 해당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 법안’들도 자동차업계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선 ‘자동차 교환·환불 의무 부여’ 등 새로운 규제들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