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이 얼마나 많은 규제로 몸살을 앓는지는 자동차의 일생(一生)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의 생산(탄생) 때부터 어떤 업종에 투입되는지(직업 선택), 중고자동차(인생 이모작) 알선업이나 주유소(밥집) 등 자동차 유관 산업만 살펴보더라도 각종 규제의 단면들이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의 ‘목숨줄’은 규제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국민 생계형 경상용차로 사랑받았던 다마스·라보는 지난해 말 생산이 중단됐다. 안전 및 환경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지난 1월 초 정부는 안전·환경기준을 유예하겠다고 결정해 다마스와 라보는 가까스로 목숨을 연명했다.

자동차의 직업 선택에 따라서도 규제가 속속 확인된다. 광고로 외부를 치장한 래핑 버스는 모두 불법이다. 교통수단에 광고물을 표시할 때 창문에 광고물 표시가 금지되고 광고물 표시 면적은 각 면 면적의 절반 이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객이 타지 않더라도 안전 규제를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돼 있는 것이다.

여객운송업에 투입된 버스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지만, 고속버스는 면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1977년 부가가치세법 시행 때 고속버스가 ‘최고급 교통수단’으로 분류돼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덩치에 대한 규제로 대여자동차업(렌터카) 진출에 제한을 받는 차들도 있다. 대여자동차 사업 대상 자동차는 승용, 소형 승합, 중형 승합차(15인승)로 제한돼 있어 소형 화물이나 5인승 승합차, 밴형 자동차는 아예 대여자동차업에 몸담을 수 없다. 자동차임대업(리스)에는 이 같은 제한이 없다.

택배산업은 현재 별도 업종으로 구분되지 않아 화물운송업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다. 화물운송업은 2004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면서 신규 증차가 전면 금지됐다. 택배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차량을 증차하고 싶어도 화물운송업종 규제 영향으로 증차할 수 없는 것이다. 택배산업은 신규 차량 고용(?)을 아예 못하는 셈이다.

주유소는 소비자가 출입할 수 있는 점포나 휴게음식점 등의 건축물 면적을 500㎡로 제한하고 있어 다양한 사업기회를 잃게 하고 있다. 자동차의 새로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고자동차 알선업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차 시설을 구비토록 하고 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