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 조사, 저탄소차 협력금 등 관련 규제를 둘러싸고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이 감독권 다툼을 벌이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중복 규제로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8일 “산업부와 국토부가 동시에 승용차 연비 사후관리 규제를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두 부처의 발표 내용이 달라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가 혼란에 빠지는 사태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2003년 제작자가 차량의 성능과 안전을 책임지는 자기인증제를 도입한 이후 2012년까지 국토부는 상용차의 연비만 조사했고, 승용차 연비 조사는 산업부가 맡았다. 하지만 2012년 미국에서 현대·기아차의 연비 과장으로 파문이 일자 국토부는 지난해 승용차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업무권한이 없는 국토부가 국내 공인인증 방식과 동떨어진 조사 방식을 도입하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두 부처는 함께 인정하는 표준방식으로 연비를 재조사 중이다.

산업부와 국토부는 연비 조사와 튜닝 등 자동차 규제정책에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 왔다. 두 부처가 양보 없이 서로의 업무영역이라며 밥그릇 싸움에 나서자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9월부터 중복 업무 조정에 나섰지만, 6개월째인 지금도 두 부처 간 팽팽한 힘겨루기 속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와 환경부도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