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구조변경 승인을 받으셔야 하는데, 허가를 받으시려면 번거로우니 그냥 해드릴게요. 단속도 잘 안 하니까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지난 15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중소 튜닝 업체. 차량에 듀얼머플러(소음기)를 장착하기 위해 직원에게 관련 절차에 대해 묻자 그는 고개를 흔들며 코웃음을 쳤다. 그는 “요즘 누가 허가받고 튜닝을 하느냐”면서 “안 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허가를 받고 하시려면 그냥 튜닝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튜닝 업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행법상 불법 구조변경에 속하는 레저용차량(RV)의 좌석 제거에 직원은 “불법인 걸로 알고 있지만, 손님이 원하신다면 뭐든 해드릴 수 있다”면서 서둘러 견적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튜닝을 할 수 있는 종합(1급) 정비업체나 소형(2급) 정비업체가 아닌 전문 정비업체(카센터)다. 튜닝을 할 수 있는 업체는 판금이나 도색 장비 등을 갖춘 종합 또는 소형 정비업체로 규정돼 있지만 실제 튜닝을 하는 곳은 대부분 소규모 카센터다.

이 카센터 사장은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기 때문에 종합·소형 정비업체에서는 거의 튜닝 작업을 하지 않는다”며 “카센터에서 튜닝 작업을 한 뒤 종합·소형 정비업체에서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자동차 검사소에서 승인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카센터 사장도 “20만∼200만 원가량의 국산 머플러 튜닝에서부터 수천만 원짜리 수입차 엔진 튜닝까지 몇몇을 제외하곤 거의 모두가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규제가 너무 심해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튜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규제에 묶여 대부분 튜닝이 불법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관련 산업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튜닝 시장은 지난해 한국 자동차 전체 시장 규모와 맞먹는 100조 원에 달한다. 미국 등 북미 시장이 44조 원가량으로 가장 크고, 독일이 23조 원, 일본 14조 원 등 선진국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 규모는 452만 대로, 글로벌 5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생산 비중도 5.2%에 달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튜닝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0.5%인 5000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튜닝 산업이 발전하면 2020년에는 4조∼5조 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3만 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규제가 튜닝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차량의 7개 구조(최저지상고, 중량분포, 접지부분 및 접지압력 등) 가운데 길이·너비·높이와 총중량 등 2개 구조와 21개 장치 중 동력전달장치, 제동장치 등 13개 장치에 대해서는 승인을 받고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 비승인 5개 구조와 8개 장치도 안전 등과 관련돼 있다는 이유로 외국에 비해 튜닝이 불가능한 영역이 많다.

이 때문에 정부가 최근 승인 대상을 확대하고, 절차도 간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규제를 확실하게 더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동차 좌석은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떼어내거나 추가로 달 수 없도록 아예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자동차는 무게중심이 바뀌면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헬리콥터가 아니다”라며 “좌석을 떼어내거나 추가로 다는 걸 금지한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차량의 수동문을 자동문으로 바꿔 다는 것도 안 된다.

구조변경 심사를 통과한 소음기가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경찰의 불법 부착물 단속 대상이 되는 등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규제의 모호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구조변경 승인 절차는 현장에선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구조변경을 하려면 ‘승인신청-승인서 교부-변경작업 의뢰-변경 증명서 교부-변경검사’ 등 5단계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준비해야 할 서류도 적지 않다.

김필수(자동차학) 대림대 교수는 “해외에서 인증받은 튜닝 제품이라 하더라도 구조변경 승인을 받지 않으면 100만 원의 과태료와 원상복구 명령을 받는 불법 장착물이 된다”며 “이 때문에 자동차 검사를 받을 때에는 튜닝 제품을 떼었다가 검사가 끝난 뒤 다시 부착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튜닝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원칙 불허, 예외 허가’ 규정을 ‘원칙 허용, 예외 불가’로 바꾸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처럼 안전, 배기가스, 소음 등 필수 항목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풀어야 튜닝 산업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튜닝 부품의 민간 인증기관을 지정해 인증을 통과한 제품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제조·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이나 독일 등은 민간 인증기관에서 인증한 부품을 장착할 때에는 구조변경 승인을 면제해 주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조속한 규제 혁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 시장뿐 아니라 10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튜닝 시장까지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권·강승현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