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핵심 당원이자 민족춤패 ‘출’ 대표 전모(44) 씨가 북한 225국 및 225국 산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등과 지속적으로 접촉한 사실이 국가정보원 수사 결과 드러나면서 앞으로 수사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북한이 전 씨를 통해 통진당 및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활동에 지령을 준 사실 등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통진당원 북한 접촉 사실 처음 확인= 통진당원이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사실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당원들의 간첩단 사건 등이 드러난 적이 있었지만 2011년 12월 통합진보당으로 탈바꿈한 뒤에는 북한 공작원 접촉 사실이 드러난 적이 없었다.

국정원은 전 씨가 통진당 핵심 당원으로 활동한 데 주목하고 있다. 전 씨는 1995년 대학 졸업 후 좌파 성향 예술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반정부 집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다. 또한 민노당이 결성된 시점부터 핵심 당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과 깊숙하게 연계된 한국진보연대 문예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전 씨는 2011년 3월에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북한 225국 공작원을 만났고 이후 여러 차례 조총련 관계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는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 정도 앞둔 시점으로 수사당국은 전 씨를 통해 북한이 민노당의 선거 전략 등에 대해 지령을 내렸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민노당은 2011년 12월 유시민 전 의원이 이끈 국민참여당, 심상정 의원 등이 주도한 진보신당 탈당파와 연합해 통진당을 만들었다. 수사 결과 전 씨는 통진당 내부 정세보고를 북한 측으로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극심하게 충돌했던 2012년 6월 통진당 경선 당시 일정과 투표 방식 등을 정하는 영등포구 선거관리위원장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RO 재판 새 국면 가능성도= 전 씨 등이 이석기 통진당 의원이 이끈 RO 조직원과 빈번하게 접촉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전 씨 등이 통진당과 RO에 동시에 지령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현재 이 의원 등의 기소 사실에는 RO와 북한과의 접촉 혐의는 빠져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RO의 내란음모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RO가 전 씨를 매개로 북한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재판이 새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국정원과 검찰은 전 씨 등의 수사를 통해 RO와 북한 연계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5국은 과거 일심회, 왕재산 사건 당시에도 “민주노동당을 장악해 노동당의 영도 실현을 위한 고지를 마련하라” “민주노동당을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에 선차적인 힘을 넣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