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당초 약속했던 ‘이석기 세비박탈’ 법안 발의를 갑자기 하지 않기로 하면서 새누리당이 금명간 단독으로 법안을 발의키로 했다. ‘이석기 세비박탈’ 법안은 민주당 원내 지도부의 제안으로 추진, 지난달 여야가 공동 발의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해당 법안 처리에 대한 반발 기류가 있어 새누리당에서 단독으로 발의하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스스로 약속한 원칙조차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문화일보 10월 8일자 6면 참조)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새누리당 의원 155명 명의로 종북세력 의원 등에 한해 세비지급을 중단하고 자료제출 요구권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과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당초 여야가 공동 발의하기로 약속했는데 민주당이 계속 확답을 주지 않고 있어 우리 단독으로 법안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발의될 법안은 의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형법상 내란음모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경우 해당 의원에 대한 세비와 자료제출 요구권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두 개정안이 이 의원에게 소급 적용되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기로 했다.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사건을 계기로 ‘종북 척결’ 차원에서 민주당에서 먼저 제안하고 여야가 공동 발의하기로 약속했던 해당 법안에 민주당이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면서, 정치권에서는 ‘이석기 감싸기’로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은 28일 이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해 3개월가량 관련 심사를 연기시킨 데 이어, 이날 통진당의 단식 중단까지 공식적으로 촉구하고 나서 이런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수석부대표는 “위원회가 구성되면 90일 동안 제명안 심사 절차를 밟을 수 없다”며 “민주당이 선진화법을 이용해 이석기 의원 방탄국회를 만들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종북 세력을 옹호하고 있다며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고 강조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