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통합진보당(구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간에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한 물밑 거래 의혹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수사 당국이 당시 선거를 앞두고 경기 하남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노당 후보가 작성한 이면합의 문건을 찾아낸 데 이어, 이번엔 이석기 통진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재판에서 제보자가 21일 법정진술을 통해 수원시장 선거와 관련해 민주당과 통진당 간에도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이 같은 이면합의가 통진당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추진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미 드러나기 시작한 하남시와 수원시 이외에도 경기도 지역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기초단체장 선거 과정에서 민주·통진당 사이에 후보 단일화 거래 정황이 계속 드러날 경우 사태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 이모 씨는 수원지법에서 열린 내란음모 사건 6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6·2 지방선거 당시) 수원시장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조건으로 합의된 사항 가운데 마지막 5번째가 ‘친환경무상급식지원센터를 만들고 이를 민노당이 맡는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급식지원센터장을 맡았던 이 제보자는 센터장으로 일한 것도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조직 활동이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 (조직 지시라) 감히 거스르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지방선거 후 수원시종합자원봉사센터 상임이사에 통진당 인사가 취임했고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이 수원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에 임명됐다. 수원시가 민노당의 후신인 통진당 소속 인사들이 취업한 기관에 지난 2년간 지원한 예산은 국비, 도비, 시비 등을 합쳐 총 68억 원에 달한다. 하남시의 경우도 시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지방선거 이후 50억여 원의 시예산이 통진당이 맡는 산하단체에 지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사 당국의 한 관계자는 “통진당이 후보 단일화의 조건으로 운영을 맡은 단체들이 대부분 친환경, 무상급식, 빈곤아동보호, 교육, 문화산업 관련단체들”이라며 “이 같은 단체를 통해 서민층에 파고들어 혁명기반을 조성하고 대중의식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