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그가 주도한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내란음모 사건’ 공판이 21일 핵심 제보자의 증인 출석으로 사건 핵심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6차 공판의 쟁점은 녹취파일의 진정성립 여부였다. 진정성립은 ‘증거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를 입증’하는 것을 뜻하는 법률용어다. 재판부는 이날 제보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통진당 관계자 등의 법정 출입을 통제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제보자 이모 씨가 국가정보원에 제출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녹취파일 47개를 법정에서 이미징한 뒤 실제 녹취한 파일이 맞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를 위해 디지털 자료 분석 복원 전문 수사관까지 불러 변호인단 앞에서 파일을 이미징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삭제가 용이한 디지털 파일의 특성상 자칫 청취를 위해 파일을 재생하다가 실수로 지워질 수 있는데다 녹취파일이 증거로 채택되면 앞으로의 증거조사에 사용하기 위해 이미징 작업을 법정에서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징한 파일의 해시값을 떠 이미 제출된 47개 녹취파일과 해시값을 비교하겠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이미징한 파일을 USB 등 저장매체에 저장, 봉인한 뒤 변호인단의 확인을 받아 검찰이 보관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제출된 47개 파일을 이미징한 복사본을 사용해 제보자 이 씨를 증인신문하겠다는 검찰의 의견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47개 파일 가운데 원본은 단 12개(4개는 5월 12일 합정동 강연내용)뿐이고, 나머지 35개 파일은 모두 사본”이라며 “형사소송법,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춰 47개 파일이 원본이거나 원본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사본의 증거능력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부는 녹취파일의 증거능력을 먼저 판단한 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면 녹취파일에 대한 진정성립 여부 절차 진행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장에는 증인 신문 대상이 RO에서 이탈한 핵심 제보자여서 시작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제보자 신변 보호를 위해 가림막이 설치됐고, 방청석에는 30여 명의 기자들만 참석했다. 민감한 사건에서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과 달리 이날은 이석기 통진당 의원 등 7명의 피고인들이 앉는 좌석과 증인석 사이에만 가림막이 설치됐다.

수원=김동하·김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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