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주도한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활동을 수사당국에 처음으로 제보한 이모(46) 씨는 2004년 처음 RO에 가입해 10년 가까이 조직 지시에 따라 수원 지역 활동을 총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RO 핵심 조직원인 ‘지휘성원’으로부터 조직 가입을 제안받고 수원 지역에서 ‘지휘세포’로 활동했다.

이 씨가 21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 의원 공판에서 밝힌 내용과 국가정보원 수사 결과 등에 따르면 이 씨는 1995년 대학을 졸업한 뒤 운동권 활동을 하다 2004년 12월 지휘성원 도모 씨부터 “동지를 누군가 RO 성원으로 추천했다”는 말을 듣고 RO에 가입하게 된다.

이 씨는 강원 원주시 치악산 근처 민박집에서 주체사상 원전, 논문 2개 정도를 학습한 뒤 가입식을 진행했다. 이 씨는 가입식에서 ‘수(首·김정일)에 대한 충성결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이후 다른 조직원들과 함께 수원 지역 ‘지휘세포’로 활동했고 이후 지휘성원이 구속된 홍순석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으로 바뀌게 된다.

이 씨는 이후 수원 지역에서 미군기지 평택이전 반대, 매향리 미군사격장 폐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관련 집회 등을 주도했다. 특히 이 씨는 이상호 고문으로부터 2009년 11월 무상급식 쟁점화를 위한 한나라당사 점거농성을 제안받기도 했다. 하지만 농성 계획은 취소됐다.

이 씨는 당뇨병 등으로 투병하던 중 한나라당사 점거 농성 등의 지시가 내려오자 실망하기 시작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RO가 맹목적으로 북한의 주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고 조직 생활에 회의를 느끼게 됐고 조직의 실체를 밝히기로 결정했다. 이 씨는 2010년 5월 국정원 111콜센터로 전화 신고를 했고 며칠 후 다시 국정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상담 요청 글을 썼다. 이후 국정원 수사관을 만나 제보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이 씨는 국정원 조사 등에서 “조직 명칭이 고유명사인지 일반명사인지는 조직원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조직원들은 RO를 분명히 인식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자주대오’ ‘혁신대오’ 등 이름을 사용해 활동을 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명칭, 강령, 규약 등을 명확히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