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선동 혐의를 제보한 핵심 증인 이모(46) 씨는 “‘학모(학습모임)’ 단계에서 주체사상 심화학습 단계인 ‘이끌(이념서클)’, 조직원으로 가입하는 ‘성원화 단계’를 거쳐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에 가입했고, 이후 내가 신규 조직원을 영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21일 오전 열린 공판에서 이 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2009년 당뇨로 고생하고 있을 때 조직에서 구속을 각오하고 당시 한나라당사 점거농성을 주도하라는 지시를 받게 됐다”며 “점거농성 실행 전에 체포에 대비해 자료가 저장된 USB의 칩을 뽑아서 펜치로 잘라 버리기도 했는데 결국 당일 계획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공개수사가 시작된 지난 8월 말 자취를 감췄던 이 씨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씨는 앞서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2010년 초 많은 병사들이 죽어간 천안함 폭침이 북의 소행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RO가 맹목적으로 북한의 주장을 옹호하고 추종하는 모습을 보고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제보 동기를 밝혔다.

특히 이 씨는 RO가입 과정에서 ‘우리는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남한사회의 변혁운동을 전개한다. 동지는 주체사상 이념 아래 조직과 동지를 믿고 변혁운동에 한 생을 바치겠는가’라고 물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1995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학생운동하는 마음으로 노동·청년·농민 분야로 진출하는, 이른바 애국적 사회진출을 했고 수원에서 활동하던 중 2004년 12월 RO라는 조직을 처음으로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수원지역에서 RO 혁명운동을 총괄하던 중 회의를 느낀 후 2010년 5월 국정원에 RO의 실체를 처음 제보했다.

이후 2010년 8월부터 5개의 녹음기를 통해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 RO 회합 등 44차례에 걸쳐 녹음한 47개 파일(7시간 20분 분량)을 국정원에 전달했다.

수원 =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