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의 내란음모·선동 사건 제보자 이모(46) 씨는 “국가정보원에 처음 RO에 대한 제보를 한 이후 2010년 8월부터 수사관에게 녹음기를 달라고 해 RO 관련 모임 등에서 녹음하고 파일을 국정원에 건넸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형사 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22일 오전 열린 공판에서 이 씨는 “상부 지휘성원인 홍순석(피고인)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만나자고 할 때 녹음기를 가져갔고, 특정 대화 내용을 유도하거나 국정원으로부터 유도하라고 지시받은 사실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 추가로 열린 검찰 주신문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씨는 법정에서 녹음파일을 이어폰을 이용해 청취한 뒤 “제가 녹음한 파일이 맞다”고 확인했다.

이 씨는 “초반에 녹음파일을 임의 제출하다가 (국정원) 문 수사관이 ‘법원으로부터 통신제한허가조치(감청 영장)를 받아 허가된 감청이다. 떳떳하게 해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 씨가 국정원에 제출한 44차례의 녹취록 중 11개는 임의 제출했고, 12번째 녹음파일부터는 감청영장이 발부돼 수집된 증거다.

이 씨는 또 “녹음을 하면 녹음기를 국정원에 반납했고, 국정원 면회실에서 해시값(디지털 문서의 전자 지문)을 전문가와 함께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변호인단은 “국정원이 제출한 사본 파일이 원본 파일과 동일하다는 것을 뭘로 입증할 수 있느나”고 반발했고, 검찰은 “국정원이 감정 의뢰시 해시값을 이미 떴다”며 반격한 바 있다.

이날 공판도 이 씨의 신변보호를 위해 증인 입장시 방호원들이 검정 우산 2개로 얼굴을 가리고 피고인석과 증인석 간에 가림막이 설치됐다. 이날 통진당 지지자 40여 명은 버스 1대를 전세내 수원지법 앞에서 ‘누더기된 국정원 녹취록, 이석기 석방’과 ‘국정원 해체’ 등을 외치며 항의하기도 했다. 검찰 추가 주신문에 이어 이날 오후부터는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이 이어진다.

수원 = 김동하·김형운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