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가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가운데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헌재는 헌재법 규정에 따라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치열한 법리 공방에 따라 결정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 헌재, 사상 첫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사건 고민 = 5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박한철 헌재소장은 6일 오전 출근해 통진당 해산 청구 사건에 대한 처리 방향에 대해 측근 인사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일단 7일 헌법 재판관 9인 전원이 참석하는 재판관 평의에서 사건과 관련된 논의를 할 예정이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 평의는 둘째주, 넷째주 목요일에 정기적으로 열린다”면서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와 관련돼 특별히 소집된 회의는 아니지만 헌재에 처음 청구된 사건이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자연스럽게 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의 후 만찬 자리도 예정돼 있기 때문에 재판관 사이에서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갈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6일 오후쯤 주심 재판관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주심 재판관은 컴퓨터 자동 추첨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헌재 관계자는 “모든 사건은 컴퓨터 자동 배당에 따라 주심이 결정된다”며 “특별히 재판관 회의를 통해 주심을 결정할 경우 불필요한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신속 처리, 통진당 강력 부인이 변수 = 헌재는 헌재법에 명시돼 있는 180일 이내 처리 규정을 가급적 지킨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6·4 지방선거’ 전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데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와 통진당 측의 첨예한 법정 공방이 예상돼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재 핵심 관계자는 “통진당이 적극적으로 청구 취지를 부인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헌재로서는 결정이 좀 늦어지더라도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의 주요 근거가 된 이석기 의원 등의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내란음모 혐의 재판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법무부는 국가정보원과 검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청구서를 작성했지만 헌재는 1심 재판 결과를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 결정과 법원 판단이 동일한 성격인데 두 사건에 대한 판단이 반대로 나올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