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함에 따라 박한철(60) 헌재소장이 이끄는 ‘5기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5기 헌재 재판관 중 보수적인 인사들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다소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기 헌재 재판관들은 검사, 판사 고위직 출신들로만으로 구성돼 있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검사 출신으로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지냈으며 재판관으로서도 보수적인 의견을 많이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창호(56) 재판관 역시 검찰 ‘공안통’ 출신으로 분류되고 이정미(51)·김이수(60)·이진성(57)·강일원(54)·서기석(60)·조용호(58) 재판관 등은 법원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다. 김창종(56) 재판관은 지역 법관 출신 중 처음으로 헌재 재판관이 된 경우다.

법조계에서는 이 중 민주당 추천을 받은 김이수 재판관을 진보 성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 재판관은 과거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64일간 구금됐다 석방된 경력이 있다. 민주당은 김 재판관을 추천하면서 “법관 시절 고용에서 성차별을 깬 ‘김영희 사건’ 판결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노력한 점이 고려됐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 내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던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정미 재판관 역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헌재 사건을 다수 맡은 한 변호사는 “이정미 재판관은 여성 배려 몫으로 재판관이 된 것으로, 그동안 결정한 사건들을 보면 특별히 진보 성향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번 헌재는 제대로 된 정치적 사건을 맡은 적이 없기 때문에 확실한 성향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주요 결정에서 소수 의견을 낸 재판관들도 사건에 따라 계속 입장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에 통진당 해산 청구를 결정한 데는 어느 때보다 보수 성향 재판관들이 많아 위헌 정당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