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의 지령에 따른 ‘종북활동’이 주 근거가 됐다.

법무부는 2000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잔존세력이 경기동부연합을 구성한 뒤 민주노동당에 입당해 당을 장악하면서 혁명을 준비해 왔다고 판단했다.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를 통한 내란음모는 전체 혐의 중 일부에 불과하고 ‘강온 양면 전술’을 추종하며 북한의 지령에 따라 10년 넘게 민노당에서 통진당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체제 전복을 준비한 것이 핵심 근거라고 법무부는 판단했다.

6일 법무부의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구체적인 근거로 1999년 민노당 창당 준비 과정에서 강모 씨가 북한으로부터 정당 준비위원회를 결성하라는 지령을 받고 북한 공작원에게 창당준비위원회 조직체계 및 중앙위원 명단을 송부한 시점부터 지적했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노당이 참패한 뒤에도 북한은 ‘전국연합, 한총련 등을 규합 세력 확장에 노력하라’는 지령을 내렸고, NL(민족해방)계열이 민노당에 대거 입당했다. 2006년 일심회 간첩단 사건 때는 ‘당직 선거시 당 정책위원회를 완전 장악하라’는 지령에 따라 민노당 최고위원회의 선거에서 문성현 대표와 이용대 정책위원장을 당선시켰다.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 때는 북한이 지령을 내려 ‘진보적 민주주의’를 지도이념으로 관철하도록 하고 민주당 등 개혁정당들과의 연대를 통해 총선을 준비할 것을 지시한 부분도 드러났다.

통진당의 ‘강온 양면 전술’ 추종도 위헌성 판단의 근거가 됐다. 강온 양면 전술이란 혁명 준비기에는 혁명 역량을 축적하고 혁명의 결정적 시기에는 폭력과 비폭력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의 전복을 시도하는 전략이다.

법무부는 내란음모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진당 의원의 RO가 폭력을 담당하는 조직의 일부인 것으로 파악했다. 법무부는 지난 8월 RO의 내란음모 행위가 발각되자 통진당이 당력을 총동원해 RO에 대해 조직적으로 비호한 점도 위헌의 근거로 판단했다.

법무부는 혁명 준비기에 통진당이 반국가활동 전력자를 공천하거나 대거 기용하고 당직자가 북한과 연계해 종북이념을 전파한 것도 당 차원에서 반국가활동에 의한 체제 전복을 시도 또는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