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허니부시, 맬로 등의 허브를 블렌딩해 풍미를 더한 바질 티(위 사진). 아래 사진은 화분에 담긴 성요한풀(왼쪽)과 바질.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오래전부터 허브는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데 가장 좋은 약초로 인정을 받아왔다. 라벤더는 신경안정에, 라임은 진정작용에, 재스민은 스트레스 해소에, 로즈메리는 긴장완화에 각각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면 월요병에 도움이 되는 허브는 없을까. 월요병의 가장 대표적 증세는 우울한 기분이다. 머리가 멍해지고 표정도 시무룩하다. 흥이 나지 않는다. 성요한풀과 바질은 그같은 우울증에 효능이 뛰어난 허브다.

◆ 성요한풀(Saint John’s Wort)

성요한풀은 미국에서 항우울증 효과를 인정받아 ‘해피 허브(happy herb)’로 불린다.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80% 이상에서 우울증이 개선되었다는 결과도 있다.

성요한풀이란 특이한 이름은 성 요한의 축일인 6월 24일이 이 풀을 수확하기에 가장 좋은 날이라고 믿은 데서 붙여졌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유럽 중세사회에선 이 풀이 악령을 쫓아내는 효능이 있다고도 알려졌었다. 그래서 ‘악마를 제어하는 풀’로도 통했다. 성요한풀의 주 성분은 하이퍼라이신(hypericin), 하이퍼포린(hyperforin), 플라보노이드(flavonoid), 탄닌(tannin), 프로시아니딘(procyanidin) 등이다. 이 같은 여러 성분 중에서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하이퍼포린이다. 하이퍼포린은 뇌세포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 기분과 관련된 호르몬들의 재흡수를 억제한다. 즉 이런 호르몬들의 뇌 내 함량을 늘려준다는 얘기다.

특히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은 뇌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정보를 전달하는 화학적 전령사다. 말하자면 세로토닌이 활성화될 경우 뇌 신경세포 간의 소통이 원활해져 기분이 좋아진다. 전문가들은 뇌에서 세로토닌의 농도가 최적으로 유지되면 희망적이고 낙천적으로 된다고 한다. 반면 세로토닌 농도가 떨어지면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

그 외에도 하이퍼포린은 근육을 이완시켜 생리통을 완화해주며, 불면증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한편 성요한풀은 일부 약물 흡수를 방해하는 등의 약리효과도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성요한풀에 영향을 받는 의약품으로는 신경안정제인 알프라졸람이나 항우울증제 등이다.

◆ 바질(basil)

차로 음용하며 향신료로도 쓰이는 바질의 향기는 머리를 맑게 하고 두통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바질은 말려서 차로 마시면 달콤한 민트 향이 난다. 바질 티는 예로부터 항 스트레스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정평이 있는데 이는 바질 잎 속의 각종 페놀 성분이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컨트롤해줘서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바질의 이 같은 효능을 일컬어 어댑토겐(adaptogen) 효과라고 한다.

아울러 바질은 베타카로틴(비타민A)과 루테인 지아잔틴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러한 성분들은 노화 방지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베타카로틴은 항산화작용을 통해 세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따라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지아잔틴은 망막에 닿는 해로운 자외선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부위의 구성 성분이다. 연구에 따르면 지아잔틴은 특히 노인들의 망막질환 예방에 한몫한다.

바질은 칼륨·망간·구리·마그네슘 등의 미네랄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칼륨은 심혈관 세포에 중요한 구성 성분이고, 망간은 체내에서 항산화효소작용을 활성화해준다. 바질 잎은 철분의 좋은 자원이기도 하다. 철분은 적혈구 안에 있는 헤모글로빈의 구성 성분으로 산소 운반 능력을 배가해준다.

바질은 항염작용에도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바질이 류머티스성 관절염과 염증성 장질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바질은 스파게티 만들 때 들어가는 토마토소스에 향신료로도 쓰인다. 특히 해산물의 비릿한 맛을 바질이 없애줘 스파게티의 풍미를 더해준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