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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딥시크 이후 보안 우려 확산

로봇청소기 로보락·에코백스
IP캠으로 사생활 해킹 가능성
전기차 비야디는 딥시크 협업
자율주행 기능, 정보 유출통로

美·日 데이터 지키기 법 제정
韓은 10년째 국회문턱 못넘어
법공백땐 ‘제2의 딥시크 사태’

중국의 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DeepSeek)의 개인정보 유출을 계기로 ‘사생활 보안’에 대한 우려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그간 화웨이의 통신 장비, 항만 하역용 크레인, 틱톡 등 SNS, 알리·테무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 등을 악용해 전 세계에서 각종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딥시크 사태를 계기로 보안이 취약한 중국산 제품·기술로까지 옮겨붙는 모양새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송재우 기자

◇中 가전·자동차도 안심 못 해…일상 곳곳서 ‘감시 포비아’ =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 1위인 중국 가전기업 로보락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신제품 론칭쇼에서 딥시크와의 연관성을 일축하며 “믿고 사용해달라”고 호소했다. 로보락은 자사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따라 한국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중국 항저우(杭州)에 본사를 둔 사물인터넷 업체 ‘항저우투야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와 공유할 수 있다. 로보락 측은 한국에서 판매되는 로봇청소기의 모든 정보는 암호화되며, 중국이 아닌 미국 서버에 저장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국내 사용자들의 우려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청소구역 식별 용도로 로봇청소기에 들어가는 IP캠을 개인정보 무단 수집의 핵심 도구로 의심하고 있다. IP캠은 인터넷에 연결해 원격으로 시청할 수 있는 카메라다. 로보락을 비롯해 또 다른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인 ‘에코백스’도 자사 제품에 탑재하고 있다. 미국에선 앞서 에코백스의 로봇청소기 해킹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최근 한국 시장에 진입한 중국 1위 전기차 비야디(BYD)는 딥시크와의 협업을 예고했다. 왕촨푸(王傳福) 비야디 회장은 지난 10일 중국에서 스마트전략발표회를 열고 “모든 차종에 자율주행시스템 ‘신의 눈’을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신의 눈’은 딥시크가 라이다·레이더 등을 통해 수집된 도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적의 이동 경로를 찾는 기능으로 업계에서는 “비야디 차량이 개인정보 유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비야디는 앱을 통해 디지털 키·차량 속도·배터리 상태 등을 수집하고 있으며 자사 약관에 따라 이 같은 데이터를 방클 시큐리티 등 제3 자인 중국 업체로 공유하고 있다.

◇中 당국, 무차별 정보 수집 가능…韓 사이버안보 관련법 ‘10년째’ 제자리걸음 = 딥시크발(發)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한 배경에는 중국의 데이터보안법이 자리하고 있다. 2021년 제정된 이 법안은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데이터를 수집할 경우 기업이 지체 없이 이에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해당 지침에 따라 중국이 사용자 정보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전 세계 곳곳에서 제기됐지만, 그럴 때마다 중국 측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데이터보안법 등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글로벌 주요국들은 서둘러 법안 재정비에 돌입했다. 미국·일본 등은 관련 법을 만들어 자국 데이터 지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사태 이후 이듬해 사이버 안보법을 제정한 미국은 최근 중국산 항만 하역용 크레인이 자국 항구에서 ‘스파이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통제 시스템 구축까지 추진 중이다. 일본도 미국과 유사한 사이버 기본법을 제정했다.

반면, 한국이 발 빠른 대응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버 보안·정보 국외 유출 문제를 다루는 단일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데 필요한 ‘국가 사이버 안보 기본법’은 10년 이상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2022년 입법 예고한 이 법은 민간 사찰 우려 등 여야 간 정쟁이 불거지며 폐지됐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사용자가 개별로 중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개인정보를 비롯한 데이터 유출 가능성을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며 “법 공백이 계속되면 제2, 제3의 딥시크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