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QE) 출구 전략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부도 24시간 모니터링체제에 들어가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의 급변동 가능성에 대비한 시나리오 마련에 착수했다.

16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양적완화 축소 여부를 발표할 경우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2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관련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FOMC 회의는 차기 FRB 의장 내정을 앞둔 시점인데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질의응답 시간도 예정돼 양적완화 축소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마치 헬리콥터에서 돈을 마구 뿌려댄다고 해서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은 버냉키 의장의 사실상 마지막 회의이기 때문에 양적완화 출구 정책 발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양적완화 출구 전략이 발표되더라도 ‘완만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경기지표 개선에도 불구, 8월 노동시장 참가율이 3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고용지표 개선이 지지부진하면서 급격한 출구 전략이 오히려 경기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규모가 당초 매월 200억 달러가량에서 100억∼150억 달러 수준(완만한 출구전략)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6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겠지만 우리나라는 차별화돼 있으며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다만 자만해서는 안 되는 만큼 추석 연휴기간에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비상대응체제를 유지하고 필요하면 즉시 컨틴전시플랜(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22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시장 점검 정도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유럽이나 아시아시장이 급변동할 경우를 대비한 시나리오 대응책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이민종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