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신흥국 불안에도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선방하고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될 경우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악영향이 전이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경상수지 흑자 지속이 어려워지고,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오정근(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아시아금융학회장은 16일 “로드맵 제시만으로도 ‘Fragile 5(취약한 5개국: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는 금융시장이 흔들렸다”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월 채권매입 규모를 200억 달러 이상 줄일 경우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주가와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이익을 본 만큼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경제학) 연세대 상경대학장은 “폴 크루그먼 교수 등 외국 경제학자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과도하게 들어오고, 환율이 과도하게 떨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경상수지 흑자 유지가 어렵고, 그럼 외국 자본이 다시 빠져나가면서 위기를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욱(경제학) 경희대 서울부총장도 “우리나라로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다”며 “다른 신흥국에 비해 나을지 모르지만 국내 기업환경이 악화되는 등 전반적인 경제 펀더멘털은 취약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것이지 좋아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우리 경제는 쇼크를 잘 견딜 수 있겠지만 신흥국과 일본 엔저 등의 상황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미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도 외환관리(단기 외채 비중 감소),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증가 등 3가지가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다만 신흥국 자금 유출이 심해지면 우리에게 위험이 전이될 수 있는 만큼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장석범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