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17일째 순매수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7∼18일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결정하더라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지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면서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과 그 동안 실물 경제 대비 과도하게 오른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8월 23일 이후 지난 13일까지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모두 7조845억 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등 위기국과 달리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튼튼하고 그 동안 우리 증시가 저평가돼 있어 외국인이 대거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된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5월 말 양적완화 축소 시사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5조 원 이상 팔았지만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 국가로 한국이 부각되면서 8월 이후 외국인이 꾸준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며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220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센터장은 “양적완화 축소 규모가 200억∼300억 달러로 커지면 금융시장의 충격이 커지겠지만 경기 회복세를 바탕으로 외국인 매수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증권은 과거 외국인 순매수 경향을 분석했을 때 앞으로 최대 8주간 순매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 동안 과도하게 오른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외국인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 동안 내수와 투자 등 침체된 실물 경제 대비 과도한 주가 흐름이 양적완화 축소라는 외부 충격에 의해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예상치 못한 FOMC 결과가 발생해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으로 돌아설 경우 주식시장의 하락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적완화 축소 이후 채권 금리 추이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구성 방향, 신흥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등 복잡한 변수가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면서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