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삶에서 놓지말아야 할 것들 / 메리 캐서린 베이트슨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이 책의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한 요지는 ‘제2의 성년기’라는 개념이다.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인 마거릿 미드 여사의 딸이자 그 자신 또한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평균수명이 수십 년 증가했다는 것은 단순히 노년의 삶이 길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생 전체의 행로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공간이 우리 앞에 열렸다. 노년기에 진입하기 전에 두 번째 성년기가 새로 생겼고, 그 결과 인생의 모든 단계가 변화하고 있다.”

저명한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인간의 생애를 8단계로 나눴다. 그 유명한 에릭슨의 생애주기 이론이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평균수명 연장으로 개개인의 생애 주기가 바뀌고, 나아가 인류라는 종이 변화하고 있다고 파악한다. 따라서 에릭슨의 이론에 ‘제2의 성년기’라는 단계를 추가했다. 그리고 이 시기의 강점을 경험이 준 지혜와 왕성한 활동력이 결합한 ‘능동적 지혜’라고 주장한다.

‘제2의 성년기’에 들어선 이들이 전하는 삶의 지혜는 ‘살아보니 이렇더라’는 식의 후회와는 다르다. 저자는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삶, 더 나아가 미래의 꿈과 연결된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지켜야 할 삶의 원칙과 방식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가 인터뷰한 인물들은 대부분 60∼70대에 들어선 사람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을 이전 세대의 노인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금속 세공사에서부터 대성당의 수석 사제, 영화배우와 사회운동가, 그리고 부부 과학자와 성소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했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정답을 제시하려 애쓰지는 않는다. 그저 이들이 보여준 삶의 원칙이나 방식을 긍정할 뿐이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에는 이미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를테면 뉴욕 할렘가에 방치된 성당을 뉴욕에서 가장 활기찬 장소로 탈바꿈시킨 세인트존 대성당의 수석 사제 이야기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일이 ‘제2의 인생 만들기’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일의 만족을 사람에게서 얻었기에 노년에 직업을 바꾼 후에도 여전히 행복하게 일하는 금속 세공사, 브로드웨이 스타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도 내면의 소리를 놓치지 않았기에 ‘좋았던 시절’과의 작별이 어렵지 않았던 여배우, 결혼과 육아 문제로 꿈을 접어야 했지만 삶의 전환점마다 새로운 기회를 만난 사회운동가 등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노년 삶의 전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원칙이나 방식이 어떠해야 한다고 단정짓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저자가 인터뷰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읽는 이는 ‘제2의 성년기’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