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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세상에서 용감하게 살아가기 / 로버트 비스워스-디너 지음 / 민지영 옮김 / 한빛비즈

오늘날 한국 사회는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자녀를 둔 부모는 흉흉해진 사회를 두려워하고, 학생들은 취업전선에서 실패할까 두려워하며, 직장인들은 경쟁에서 밀릴까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런 세상에서도 우리는 어쨌든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용기다. 최근 출간된 로버트 비스워스-디너 박사의 ‘미친 세상에서 용감하게 살아가기’(한빛비즈)는 새로운 관점에서 용기를 설파하고 있다.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저자는 “용기란 특정한 행동이 아니라 ‘두려워하지 않고 위험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한다.

즉, 보통 사람들은 꿈도 못 꾸는 영웅적인 행동만이 용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엄마 손을 놓고 유치원에 등교하는 네 살배기 어린애도, 울컥한 상황에서 가족들 생각에 한번 더 참아내는 김 과장도, 학벌만능 사회에서 제빵기술을 배우는 고등학생도 모두 이 시대의 ‘용감한 영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용기를 어떻게 좀더 키울 수 있을까. 당당하게 버티고, 필요할 때 행동하게 하는 용기의 심리 기술을 익혀 보자.

◆두려움을 다스려라 = 자신을 의식할수록 두려움은 커지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청중 앞에서 발표해야 할 상황에 맞닥뜨렸다고 하자. 대부분 사람들은 많은 이들 앞에서 발표할 때 두려움을 느끼는데,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자기가 한 말을 평가하고 있다고 의식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계속 신경 쓰다 보면 자의식이 발표의 흐름을 끊어 점점 용두사미꼴로 흐르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1. 사전 준비로 불확실성을 줄여라

우리는 제대로 된 정보나 기술이 없으면 상상력에 지레 겁을 먹게 된다. 비행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낯선 소음만 들어도 스스로 공황장애를 일으킨다. 따라서 단순히 정보의 부족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학습을 통해 두려움을 물리치고 용기를 낼 수 있다. 정보력이야말로 용기지수를 높이는 방법이다. 저자는 “막 발표를 앞둔 사람이나 경험이 적은 젊은 대학강사들에게 연설이나 강의 시작 전에 미리 그 장소에 가 있으라고 충고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잠시나마 강연장에 머무르면 심리적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연단 앞에서 강연장을 둘러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쉽게 상상할 수 있고, 그 결과 무대공포증도 줄어들게 된다. 이를 확대 적용해 보자.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해보거나 시각화해 보는 간단한 방법으로도 불확실성으로 인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

2. 신체적 증상을 먼저 다스려라

몸이 공포를 느끼면 생각은 통제불능 상태가 된다. 일이 잘못되는 온갖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 인간이다. 두려움을 안겨주는 생각들은 보통 부정적이다. 두려움은 암울한 현실 때문에 생길 수도 있지만, 주로 참담한 결과를 예상하고 이것만 생각할 때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이럴 경우 심박수는 요동치고, 혈압은 올라가며, 두려움으로 와들와들 떨게 된다. 두려움이 신체감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우리가 무엇을 해결하면 되는지 알려준다. 단순히 두려운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기보다는 심박수나 혈압, 근육의 긴장을 이완해서 두려움에 맞설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점진적 근육이완법(Progressive Muscle Relaxation·PMR)을 들 수 있다. 우리 몸에서 근육이 밀집된 부위를 긴장시켰다가 이완시키는 운동이다. PMR는 누운 자세에서는 물론 앉은 자세에서도 쉽게 할 수 있다. 보통은 다리 등 신체의 한 부분부터 실시하고 팔, 가슴, 얼굴 등으로 옮겨서 실시한다.

3. 분노를 활용하라

두려움이 행동에 나서지 못하게 방해하는 감정이라고 할 때, 그보다 강렬한 감정적 반응이 일어나면 두려움을 극복하고 발빠르게 행동할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갖가지 감정 중에서 두려움을 이길 만큼 강력한 것은 바로 분노다. 분노를 느끼면 우리 몸은 보통 때보다 빠르고 힘있게 움직일 준비를 하고, 내 능력에 대한 회의감과 자기보호 본능에서 비롯되는 근심도 느낄 수 없게 된다. 다양한 감정 중에서도 분노는 안 좋게 여겨지는 감정이지만 용기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분노를 폭발시키면 도리어 화살이 내게 날아와 인간관계를 망칠 수 있다. 부부나 친구 사이에서 늘 화를 내고 협박하면 처음 몇 번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 몰라도 관계는 차츰 망가지게 되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용기지수를 높이기 위해 강렬한 감정을 이용하고 싶다면,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현명하게 따져보면서 분노를 끌어올리면 된다. 단, 분노는 전략적으로, 그리고 정도껏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행동의지를 강화하라 = 직장과 가정에서의 사회적 역할은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용기란 ‘개개인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것이라기보다 특정 역할을 맡게 되면 발휘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용기를 의무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 용기라는 소중한 가치도 하나의 평범한 일상이 된다. 구조대원이나 경찰관 중 용기지수가 높은 이들이 많은 것은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이런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위험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접어두고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용기가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직업적 특성이라고 해서 이것이 구조대원 같은 특정직업군 사람들의 전유물인 것은 아니다. 우리도 간단한 정신훈련을 통해서 용기를 단련시킬 수 있다. 스스로에게 ‘내 역할은 힘든 상황에 처한 타인을 돕는 것이다’ 또는 ‘앞으로 작은 위험은 피하지 말고 맞서자’라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좀더 용감해질 수 있다. 직장이나 마을 또는 더 큰 지역공동체에서 내가 맡게 될 용기 있는 역할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해야 하는 역할을 맡으면 용기지수를 높이는 데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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