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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친척들과 도타운 정을 나눌 때 가장 정겨운 술이 막걸리다. 막걸리가 있어 인정에 취할 수 있고, 정이 있어 막걸리에 푸근하게 자신을 녹일 수 있다. 남루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름다웠던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도 전국의 대폿집이다.

대폿집의 추억을 책으로 엮은 화가 사석원의 ‘막걸리 연가’(조선북스), 막걸리의 그 달보드레한 속살을 보여주는 허시명의 ‘막걸리, 넌 누구냐’(예담), 기행작가 정은숙의 ‘막걸리 기행’ (한국방송출판) 등은 모두 소장해 아껴서 읽고 싶은 책들이다.

문화일보에 연재된 ‘서울연가’를 얼마 전 샘터사에서 책으로 펴낸 화가 사석원은 ‘풍류남아’라는 뜻에서 사한량으로 통한다. 그는 ‘막걸리 연가’에서 이 시대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전국의 대폿집을 순례한 기록을 담았다. 넘치는 인정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대폿집의 풍경이 그의 붓끝에서 맛깔스러운 글과 그림으로 되살아났다. 전남 여수, 대구 남산동, 인천 차이나타운, 경북 예천의 삼강리 등 전국의 대폿집들에 대한 푸근한 사연과 추억을 풀어놨다.

‘막걸리, 넌 누구냐’는 국내 제1호 술 평론가이자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막걸리학교의 교장 허시명이 대한민국 대표 술 막걸리의 출생에서부터 현재의 모습까지 막걸리의 이력을 최초로 정리한 책이다. 어떤 추천자는 이 책에 대해 ‘이런 책 한 권을 갖는 것은 문화재를 소장하는 기쁨과 같다’고 극찬했다. 도저히 묻어버리기 어려운 막걸리의 숨겨진 매력이 책 속에서 살아 숨 쉰다. 평안도의 옛 탁주인 붉은 수수술의 알코올 도수가 11%나 된다는 얘기, 서남해안의 보리막걸리를 만드는 과정, 제주 오메기술의 유래 등 민간에서 전승되는 탁주 제조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정에 취하고 맛에 반한’이라는 부제가 붙은 정은숙의 ‘막걸리 기행’은 막걸리뿐 아니라 연탄불처럼 따뜻한 사람 이야기가 압권이다. 저자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경기도 등 전국 곳곳의 막걸리 양조장과 막걸리가 있는 대폿집을 순례했다.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직접 맛보고 느낀 막걸리 이야기다.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과 사람 냄새 나는 대폿집의 사연, 묵묵히 막걸리를 빚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짠하게 한다. 막걸리를 사랑하고 지키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막걸리의 정의, 제조법, 막걸리 변천사, 주막, 선술집, 대폿집 등 막걸리와 함께한 술집의 역사 등 읽을거리가 푸짐하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