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30일 1박2일 일정으로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경남(PK)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전날까지 부산 출신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이 지역을 찾은 뒤 곧바로 박 후보가 PK를 방문한 것은 ‘문풍(文風)’을 차단해 새누리당 지지세를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지난 ‘4·11 국회의원 총선거’ 때도 박 후보는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 후보가 인근 지역 지원유세를 한 뒤 곧바로 문풍 차단에 나서 PK 지역 야당 바람 확산을 막아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분 단위로 11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첫 번째 일정을 문 후보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괘법동 서부버스터미널 앞에서 시작해 ‘적진’에 뛰어든 모양새다.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부산 사상이 문 후보의 지역구이긴 하지만 PK 지역 전체적으로 박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견고하고 문 후보는 하락세를 띠고 있는 만큼 이 지역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해 달라”고 설명했다.

서부터미널 앞 첫 유세에서 박 후보는 “문 후보가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핵심실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특히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켜 부산을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힌 뒤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서도 “부산 시민 여러분이 바라고 계신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전문가들이 객관적 평가를 내릴 것”이라며 “부산 가덕도가 최고의 입지라고 한다면 당연히 가덕도로 신공항을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남권 신공항 공약은 이명박 정부에서 대구·경북(TK)과 PK 간 갈등 구도 속에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PK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박 후보 측에서 여전히 공고한 지지세를 띠고 있는 TK 지역의 묵인하에 PK 지역에 동남권 신공항을 안겨줄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적진에서 유세를 시작한 박 후보는 이어 전통시장 5곳을 릴레이 형식으로 방문했다. 박 후보는 문 후보에 비해 유독 전통시장 방문이 많은데, 이는 박 후보 지지층에 적극 다가가는 동시에 민생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박 후보는 부산에서 한국노총과 종교지도자들과의 티타임을 잇달아 가지며 노동계와 종교계의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서구 충무동로터리, 사하구 다대씨파크, 중구 남포동 피프광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집중 유세를 벌여 PK 지역의 지지를 호소할 방침이다. 박 후보는 1일 해운대에서 유세를 시작해 경남 서부권에서 유세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인 새누리당 텃밭으로 알려진 PK 지역은 지역 출신 야권 후보의 등장, 이명박 정부에서의 PK 지역 소외론, 동남권 신공항 무산 등이 겹치며 야권 후보의 지지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접전지로 떠올랐다. 여야 공히 문 후보가 PK 지역에서 40% 이상 지지를 끌어낼 경우 대권 가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분석이 나옴에 따라 박 후보는 이번 PK 방문을 시작으로 공식 선거운동 기간 꾸준히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