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이 유세전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향후 5년의 국정운영 방향을 결정하고, 공약에 따라 수혜자들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표심을 위한 일회성 발언이 아닌 유권자들에게 던지는 대국민약속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유세 발언에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거나, 유권자를 호도하는 내용이 적지 않게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당사자들이나 캠프 관계자 등의 고소 고발 이외에는 이를 사전에 체크하고 제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어 문제로 나타났다.

30일 문화일보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부터 현재까지 두 후보의 유세 발언을 분석한 결과 이런 문제점이 상당 부분 노출되고 있었다. 박 후보는 유세 과정에서 문 후보를 겨냥해 “문 후보는 과거만 얘기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박 후보의 유세 발언에는 절반 가까이 10년 전 수립된 참여정부와 문 후보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등 과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박 후보는 29일 서울 양천구 유세에서 “문 후보는 민생도 어려운데 미래를 얘기하지 않고 과거만 얘기하고 있는데 도대체 이 후보는 과거와 싸우기 위해 나온 것이냐”고 비판했다. 문 후보의 유세에는 ‘이명박근혜 심판론’이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문 후보는 29일 전남과 경남을 찾아 “이명박 정부는 잘한 게 하나도 없으니 빵점이고, 박 후보야말로 빵점정부의 공동책임자”라며 ‘빵점정부’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전 정권에서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핵심 실세로 꼽히고 당시 과오와 실정을 수차례 사과하기도 했다.

김형준(교양학부) 명지대 교수는 3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전을 끌어내지 못하고 상대방한테 손가락질해서 자신을 부각시키는 가장 손쉽고 구태적인 유세 방식”이라며 “국가를 이끌겠다고 나온 사람들이 국민을 호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 선동적인 메시지도 유세에 다수 포함돼 있었다. 문 후보는 “부자감세와 적자예산 편성을 위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날치기로 통과된 법안수가 107개인데 박 후보 찬성 없이 107개 법안 날치기 통과가 가능한가? 공동 책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2007년 경선 패배 이후 잠행을 이어갔고 이 대통령과는 소원한 관계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박 후보는 “문 후보와 그 세력들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한다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고 고아가 되고 말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과정에서 이처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용어들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전인수식 통계 수치 인용도 문제가 된다. 박 후보는 참여정부 때 대학 등록금이 가장 많이 올랐고,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말하며 통계를 인용했다. 문 후보도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졌고 청년 고용률 역시 IMF위기 때보다 못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통계 전문가들은 다른 요건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수치 비교는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지역 현안에 대해 지원을 약속하는 등 장밋빛 공약도 문제다. 양승함(정치외교학) 연세대 교수는 “전체적인 나라 비전보다는 지방을 다니면서 지엽적인 공약, 선심공약 이런 것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정책기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서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때문에 발생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