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제 브레인들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 진영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수장들에 의한 경제민주화 공약 대결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의 이정우 교수,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의 장하성 교수. 문화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민주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등 이른바 ‘빅 3’ 대선 후보의 재벌정책은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성에선 일치하지만, 철학과 내용면에선 적지 않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박 후보가 재벌소유구조 개혁을 ‘재벌해체’로 규정하면서 재벌의 국제경쟁력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 문 후보는 재벌 총수 일가의 경제력 집중을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보는 근본적 관점의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후보는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소유구조 개혁엔 신중한 입장인 반면, 문 후보는 재벌개혁의 핵심을 소유구조 개편에 두고 있다. 안 후보의 재벌개혁 정책은 문 후보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다소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벌의 계열사 확장과 지배의 핵심개념인 순환출자와 관련해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지분에 대한 의결권에는 손을 대지 않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의 경제민주화에 진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당무를 떠났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복귀하면서 “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내놓은 2개의 법안을 입법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박 후보의 입장이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임이 내놓은 법안에 따르면 신규 순환출자금지뿐만 아니라 기존 순활출자에 대한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 후보는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펴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는 즉시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도 유예기간 3년 내에 기업이 자율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도 순환출자와 관련해 7월 발간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없애는 방향이 맞다”며 “유예기간을 주되 단호하게 철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와 관련, 박 후보는 지난 7월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실효성에 확신도 안 서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반대했다. 반면 문 후보는 출총제 부활도 전면에 내걸었다. 10대 대기업집단의 출자규모를 순자산 30% 이하로 제한하고, 각종 예외규정도 폐지해 강력한 출총제를 만들 방침이다. 안 후보는 출총제와 관련, ‘안철수의 생각’에서 “정권에 따라 없어졌다 부활했다 하는데 일관성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지주회사 규제와 관련해 박 후보의 입장은 나온 게 없지만 문 후보는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상한을 현재의 절반인 100%로 낮추는 등 지주회사 제도도 재정비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안 후보는 지주회사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입장을 밝힌 적이 없지만 재벌개혁의 입장에서 현행 지주회사 체제를 손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박 후보의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와 관련한 입장은 나와 있지 않지만 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내놓은 안에는 사모투자펀드(PEF)의 출자지분 한도를 현행 18%에서 10%로 낮추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 후보도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하는 내용의 유사한 정책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금산분리에 대해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며 강조한 바 있어 유사한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세 후보의 방향이 모두 비슷하다. 박 후보가 일감 몰아주기 목적의 신설회사는 계열사 편입을 금지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문 후보는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손해를 본 계열사와 이익을 얻은 계열사 모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부당 이익을 얻은 총수일가에 대해서도 엄정한 과세를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범죄 처벌 강화와 관련해서도 정책 방향이 유사하다. 박, 문 두 후보 모두 경제 범죄에 대한 집행 유예와 사면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안 후보도 2011년 9월 한 강연에서 경제범죄사범에 대해 “현재는 금융사범이 살인보다 나쁜 일일 수 있다. 그러면 그런 사람 사형은 왜 못 시키나”라고 말한 적이 있어 경제사범, 기업인 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엿볼 수 있다.

방승배·김성훈·김병채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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