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18대 대통령 후보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사와 관련해 말씀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저는 이번 대선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민생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과거사 논쟁으로 인해 사회적인 논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많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냉정해야 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저는 우리 현대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기적적인 성장 뒤편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받았던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 공권력에 의해 인권 침해를 받았던 사람도 있었다. 5·16 이후 아버지께서는 다시는 나와 같은 불행한 군인이 없어야 한다고 했고, 유신시대에 대해서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까지 했다. 아버지께서 후일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을 아셨지만 반드시 우리를 잘 살게 하겠다는 간절한 목표와 고뇌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저 역시 가족을 잃는 아픔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고 있다. 그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저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과거 아픔을 가진 분을 만나고 더 이상 상처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저는 앞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

국민들께서 제게 진정 원하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아버지였던 저도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를 흉탄에 보내드리고 개인적으로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했다. 이제는 증오에서 관용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