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고개 숙인 박근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당사에서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최근 논란이 돼 온 과거사 문제에 대해 예상보다 높은 수위의 사과를 하자 당과 캠프에서는 “‘원샷’으로 정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 관계자들은 “이제 추석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면서 기자들에게 “여론이 어떻게 변할 것 같으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당에서는 박 후보의 과거사 인식 전환이 추석 민심을 되돌리고, 지지율 추락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발언이어서 어떻게 평가할지 정말 모르겠다”며 “박 후보가 5·16 군사정변과 유신 문제에 대해 ‘팩트’는 잘못된 것이 맞는데 딸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었는데 오늘 기자회견에서 이런 걸 다 털겠다고 작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치인인 박근혜가 아버지를 평가한 것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이 같은 점을 많이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은 이번 사과가 당의 대통합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후보에게 역사관 등을 내세우며 각을 세우던 이재오 의원 등을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 의원은 역사관과 국가관, 정치관 등을 거론하며 박 후보에게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지난 ‘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당을 떠났던 김성식·정태근 전 의원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손을 내밀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박 후보의 역사관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는 1970, 1980년대 운동권 출신 인사가 많이 있다”며 “박 후보가 과거사 문제를 정리함에 따라 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당내 통합 움직임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 측은 야당의 반응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가 어떤 수위로 발언을 하더라도 야당이 좋게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박 후보가 과거사 발언의 수위를 높인 것의 이면에는 ‘국민통합’이라는 더 큰 명제를 실천하기 위해 ‘딸이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는’ 인간적인 고뇌를 결단한 점을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